(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엄격한 국경 방역이 유지되면서 일본 관광업계가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달러당 엔화 환율은 130엔선까지 올라갔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동기 환율이 110엔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8% 상승한 것이다.
2019년 당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직접적으로 쓴 돈만 해도 4조8천억엔(약 47조원) 상당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3천200만명에 가까웠던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 회복세가 주요 7개국(G7)에서도 뒤처져있다면서 출장과 여행이 용이하도록 입국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여행객 수가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식당 주인도 "엔화 약세로 (수입품 가격 상승 등) 비용이 올라간다"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전혀 없다. 그들이 우리 지역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조속히 입국을 허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다음 달에는 G7과 같은 수준으로 원활한 입국이 가능해지도록 검역 대책을 더욱 완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영방송사 네트워크인 JNN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경 통제 완화에 대한 찬성(48%)이 반대(38%)보다 많았다.
하지만 일본이 올여름 참의원 선거 전까지는 과감한 국경 개방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임 총리가 국내 여행을 촉진하려다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지난해 취임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사례도 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고이케 마사토 이코노미스트는 "국경 제한을 정상화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 없이는 엔화 약세에 따른 강력한 순풍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실제 엔화 약세의 혜택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방식이 외국인 관광객 소비일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비용 증가만 느낄 것"이라고 봤다.
또 2019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중국인이었지만 중국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출입국을 통제 중인 만큼, 중국의 통제가 유지되는 한 과거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늘기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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