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밍저, 5년 수감 후 대만 귀국…"조국 배신할 수 없어 간첩죄 부인"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에서 국가정권 전복 혐의로 체포돼 5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만기 출소한 대만 출신 중국 인권운동가 리밍저(47)가 중국 당국의 비인간적 대우와 강압적인 수사 과정을 폭로했다.
11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리밍저는 전날 대만 입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에 못 이겨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리밍저는 "조국을 배신할 수 없어 국가 정권 전복 혐의는 인정하고, 간첩죄는 부인했다"면서 "국가 정권 전복죄는 개인의 행위이지만, 간첩죄는 대만 정부 전체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정치범과 그 가족을 돕기 위해 2017년 3월 19일 마카오를 통해 광둥성 주하이로 입국하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된 뒤 수감됐다"며 "공안의 요구에 따라 녹취록과 진술서를 작성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검토된 진술서만 읽을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나는 재판에서 어떤 답변도 허락되지 않았고, 유죄를 인정한 진술서 외에는 관변 변호사가 대신 발언을 했다"며 "수감된 뒤에는 하루 11∼12시간씩 강제노동을 해야 했고, 휴일에도 쉴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밍저는 또 "수사 과정에서 중국 공안은 대만 정부 어떤 부서의 지원을 받는지, 어떤 사람들이 자금을 후원하는지 진술할 것을 추궁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대만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 대만 정부, 국내외 언론, 비정부기구(NGO) 등이 중국의 부당한 대우를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라며 "나를 잊지 않고 구명 활동을 한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리밍저의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1일 리밍저의 주장에 대해 "리밍저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23차례에 걸쳐 자필 자백서와 반성문을 작성해 범행 경위를 상세히 진술했다"며 "누구든지 법을 어기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만판공실은 리밍저의 수감 기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리밍저는 복역하는 동안 접견, 통신, 건강 등 종합적인 권익을 법적으로 보장 받았다"면서 "사실이 아닌 리밍저의 주장을 평론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 인권단체와 교류하던 리밍저는 2017년 3월 마카오에서 중국 광둥성 주하이로 들어간 직후 연락이 끊겼다가 간첩 혐의로 후난성 국가안전청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후 대만 정부와 인권단체가 즉각 반발했고, 미국 의회의 초당파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도 그를 중국이 억류하는 정치범 명단에 올려 구명운동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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