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인터뷰…"중, 러-우크라 전쟁 비즈니스 불안 요소로 봐"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의외로 고전하는 상황을 두고 "중국이 점점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러스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현 상황을 그들의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줄 불안 요소로 여기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푸틴은 (중국에) 불편한 친구"라며 "중국이 (우크라이나 개전 후)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중국은 침략적 전쟁을 비난하는 대열에 끼지 않았지만 러시아군을 직접 거들지도 않는 모습이다. 중국이 러시아군에 식량이나 무기를 제공할 거라는 관측이 한때 나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대표적인 드론 제조업체인 DJI가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영업을 중단하는 등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고 FP는 보도했다.
물론 갈수록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가는 러시아가 전쟁을 끌어가기 위해 중국에 손을 뻗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무부 차관보를 지낸 나작 니카크타는 "중국은 다양한 군사장비용 품목의 핵심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방의 느슨한 제재 속에 러시아가 무기를 계속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할 능력을 중국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리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월러스 장관은 지적했다. 두 나라가 북극과 중앙아시아 등 광범위한 권역에서 패권 다툼을 벌여온 사이라는 점을 환기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이 북극 지역 등에 영향력을 넓혀갈 가능성을 "정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병력 손실을 메우기 위해 시리아와 리비아 등 해외 기지에 있던 군대를 철수시키고 있고 정규군을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의 해결책이라곤 대포 쏘기 뿐"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산 전투기와 탱크 등이 숱하게 파괴되는 장면도 중국에 당혹감을 안길 만한 일이라고 FP는 진단했다.
중국이 도입한 전투기 등은 러시아의 설계로 제작된 것들이 많은데,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의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맥을 못추는 모습은 중국이 '고객'으로서 장비 구매를 재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F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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