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고혈압 환자, 고령인구 비중, 백신거부정서 탓 피해 커져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하루 평균 확진자 8만명 다시 넘겨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겼지만 이 전염병의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추가 희생자들이 계속 나올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늘 우린 비극적인 이정표를 남긴다. 100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생명을 잃었다"며 전 세계의 미국 정부기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사망자 집계치는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00만명을 넘겼거나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NBC 뉴스는 이미 지난 4일 자체 집계를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겼다고 보도했고, 미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존스홉킨스대학은 각각 99만5천700여명(10일 기준), 99만9천여명(12일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NBC는 사망자 100만명은 "한때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피해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런 누적 사망자 규모는 단일 국가에서 나온 수치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다. 2위인 브라질(66만4천여명)이나 3위인 인도(52만4천여명)를 훌쩍 앞선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이처럼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로 여러 가지를 꼽고 있다.
비만·고혈압 환자가 많고,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은 데다 백신 거부 정서가 폭넓게 퍼져 있다는 점 등이 지목된다.
여러 차례 유행이 찾아올 때마다 확진자가 폭주하면서 의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린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는 일종의 감기'라는 음모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미국에서 이 질환은 2020년 심장병(69만6천여명)과 암(60만2천여명)에 이어 사망 원인 3위(35만여명)에 올랐다.
같은 해 독감·폐렴 사망자(5만3천여명)의 거의 7배에 달하는 숫자다.
또 미국에서는 약 20만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로 부모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머리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소장은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며 "끝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머리 소장의 지적처럼 미국에서는 또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데이터를 보면 11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2주 전보다 58% 증가한 8만4천329명이었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8만명을 넘긴 것은 오미크론 대확산이 수그러들던 지난 2월 하순 이후 처음이다.
7개 주·자치령을 제외한 나머지 주에선 모두 확진자가 늘고 있고, 10여개 주에선 2주 새 하루 확진자가 2배로 늘었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도 2주 전보다 20% 늘어난 1만9천694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사망자는 4% 줄어든 327명으로 파악됐지만, 확진자가 늘면 몇 주의 시차를 두고 사망자도 증가한 과거 패턴에 비춰볼 때 이 역시 증가세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
이는 누적 사망자가 또다시 많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터 마크스 미 식품의약국(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최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진행 방향에 대해 다소 우려하고 있다며 다음 달에 중간 정도 수준의 확산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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