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영토 빼앗긴 아픔 뒤 '소련의 힘' 트라우마
스웨덴, 다자외교·핵군축 이념 토대로 중재국 자처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유럽에서 중립국 지위를 고수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이 확실시되면서 두 나라가 여태 나토 가입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군사적 동맹에 가입했다가는 지역 내 패권국인 러시아의 도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오랫동안 중립, 비동맹 정책을 고수해왔다.
러시아와 국경 1천300㎞를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지난 1949년 나토가 창설된 이후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고, 구소련이 주도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핀란드는 1995년 유럽연합(EU)에는 가입했지만, 국경 1천300㎞를 맞댄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오랜 기간 중립국 지위를 고수해왔다.
이 나라는 1939년, 1944년 옛 소련과 두 차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영토 약 10%를 빼앗긴 경험이 있는데,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당시 소련의 힘을 의식한 선택이었다.
핀란드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1948년에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더는 소련의 침략을 받지는 않았으나, 소련이 내정과 외교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해야 했다.
핀란드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안보의 위기를 느끼고 나토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핀란드 내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은 76%로, 6개월 전 20%보다 훨씬 높아졌다.
스웨덴 역시 1949년 나토 출범 당시부터 군사적 비동맹 노선을 선언했다.
스웨덴이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유럽에서 벌어진 숱한 전쟁에서 얻은 불행한 기억 때문이기도 했지만 도덕적, 이념적 이유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 외교와 핵 군축에 초점을 맞추고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국제무대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70∼80년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지도자였던 올로프 팔메 스웨덴 전 총리는 미국과 소련을 멀리하는 인권 중심의 외교 정책을 확립하면서 베트남전에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탈영병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등 독자 노선을 구축했다.
이런 정치적 배경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에도 좌파를 중심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스웨덴 대부분의 정당은 나토 가입에 찬성하고 있으나, 좌파 진영에서는 나토의 가입이 지역 긴장만 키울 뿐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가입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소폭 앞섰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 산나 마린 총리는 12일(현지시간)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면서 가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중립국을 택하기로 한 지 74년 만의 선언이다.
스웨덴은 오는 16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신청이 확실시된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맞대는 경계가 현재의 배로 늘어나게 되는데 나토의 동진(東進)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온 러시아는 벌써 "고조하는 국가 안보 위협을 멈추기 위해 군사 기술적, 그리고 다른 성격의 보복 조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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