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샤리프 정부 앞 난제 지적…일각선 경제회복 전망 내놓기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정치 혼란과 경제 위기가 심각한 파키스탄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13일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상, 임란 칸 전 총리의 시위 위협, 물가 급등 등 여러 이슈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샤리프 총리는 지난달 칸 전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으로 물러나면서 총리직을 맡았다.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샤리프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나라가 빚으로 침몰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낼 만큼 경제 여건은 어려운 상황이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수렁에 빠졌다.
경제 전문 사이트 트레이딩이코노믹스가 파키스탄 중앙은행을 인용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외 채무는 1천300억달러(약 167조원)에 달한다.
반면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고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162억달러(약 21조원)에서 103억달러(약 13조원)로 급감했다.
4월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4%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상황이다.
와중에 샤리프 정부는 IMF와 쉽지 않은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파키스탄은 2019년 7월 IMF로부터 3년간 60억달러(약 7조7천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세수 확대 등 통화 정책 관련 이견으로 인해 구제금융 지원은 지금까지 30억달러(약 3조8천억원)만 이뤄진 상태다.
파키스탄은 최근 IMF로부터 20억달러(약 2조6천억원) 추가 지원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으며 이달 하순부터 구체적인 실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문제는 IMF가 바라는 긴축 정책 등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흔쾌히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IMF와 협상에서는 연료 보조금 지급 축소와 영업세 면제 중단 등을 통한 세수 확대 방안이 초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연료 보조금 지급 축소는 샤리프 총리에게 '뜨거운 감자'다.
전임 칸 총리는 지난 2월 말 약 15억달러(약 1조9천억원) 규모의 휘발유·경유 보조금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6월까지 인하한 휘발유·경유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샤리프 총리로서는 이제 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럴 경우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이 있기에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샤리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의 이샤크 다르 의원은 블룸버그에 "오는 15일 유가 재검토가 예정돼 있다"며 총리는 휘발유·경유 가격 인상이라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칸 전 총리는 지지자를 결집해 현 정부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칸 전 총리는 200만명의 시민을 이끌고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행진하며 즉각 총선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IMF는 "정부는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경제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트라(KOTRA) 파키스탄 카라치무역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긴축 재정과 금리 인상으로 성장은 둔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및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이션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정부 출범과 소비 및 투자 진작으로 2023년에는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된다"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과 파키스탄의 교역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장기 협력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KIEP는 "향후 파키스탄 경제 상황이 안정될 경우 현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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