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수출 금지' 인도 정부 "식량 부족국가엔 수출 창구 열어둬"

입력 2022-05-16 11:26   수정 2022-05-16 14:21

'밀 수출 금지' 인도 정부 "식량 부족국가엔 수출 창구 열어둬"
밀 실은 트럭 7천대 항구 대기…국제 가격 더 뛰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 정부는 밀 수출 금지령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자 식량 부족국가에 밀을 수출할 창구를 열어뒀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6일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상무장관 B.V.R. 수브라마냠은 "밀 수출을 금지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식량 부족국가에 밀을 수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뒀다"고 전날 말했다.
수브라마냠 장관은 민간업체들도 7월까지 거의 430만t의 밀을 수출하기로 한 이전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13일 밤부터 밀 수출을 금지하되, 발표 전에 '취소불능 신용장'(ICLC)이 개설됐거나 정부가 다른 나라 요청 등으로 허가한 경우만 수출하도록 했다.
인도 정부는 '정부 차원의 밀 수출'은 계속할 것이란 입장이며 실제로 이집트 정부는 인도산 밀 50만t을 수출 금지령 영향을 받지 않고 구매할 것이라고 전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인도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밀을 실은 트럭 7천 대가량이 배에 옮겨 싣지 못하고, 항구에 대기 중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밀 수출길이 막힌 농가와 유통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의 갑작스러운 밀 수출 금지령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올 초부터 40% 이상 오른 국제 밀 가격을 더 뛰게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벤치마크 밀 선물가격은 인도의 밀 수출 금지조치 뒤 5.9%가 뛰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인도의 밀 수출 금지령에 대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농업장관이 식량 보호주의를 비판하고, 국제 가격이 들썩거리자 인도 정부는 본래 밀 수출량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수브라마냠 장관은 "지난해 인도의 밀 생산량 1억900만t 가운데 9천만t을 내수시장에서 소비했고, 수출량은 700만t"이라며 인도가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지만 대부분 자체 소비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인도산 밀은 주로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와 같은 이웃 국가에 수출됐다.
인도 정부는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올해 밀 생산량 추정치로 봤을 때 수출을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폭염에 따른 밀 생산량 감소와 국제시장 가격 상승에 따른 내수 가격 상승, 식료품 등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반영해 정부가 밀 수출을 통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수브라마냠 장관은 "인도 시장 내 밀 가격이 20∼40% 올랐다. 현재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이나 갑작스러운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공황 반응(panic reaction)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밀 수출 금지령의 가장 큰 목적을 국내 가격 안정에 두고 있다.
이는 세계 1위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식용유 가격이 작년 초 수준으로 내려올 때까지 팜유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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