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가 파장을 낳고 있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지만, 지금은 무용지물로 불리는 신세가 됐다. 15일(현지시간) 외신 등 보도에 따르면 최근 1주일새 UST와 루나 시가총액이 450억 달러(57조 원가량) 증발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UST 가격은 현재 14센트이고, 루나 가치는 0.0002달러에 불과하다. 가상화폐 등 관련 업계에 막대한 손실이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손실 충격이 큰 집단 중에 개미 투자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국내에만 투자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상자산의 투자 위험 가능성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 같다. 코인 거래는 민간 부문에 사실상 맡겨져 있는 게 현실이다. 루나 등 폭락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선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이 주식시장에까지 전이될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주 코스피는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인 거래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은 물론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두 코인의 운용 방식 자체가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테라는 한때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화폐) 중 3위 규모로 시총 180억 달러에 달했다. 테라는 여타 스테이블 코인과 다른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다. 테라는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게 아니라 루나로 가치를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이익을 얻도록 했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담보물이 암호화폐인 것이다. 안전성을 갖춘 담보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만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이런 거래 알고리즘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쉽게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전반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증시의 약세 등이 이런 가상화폐의 구조적 취약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루나가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권 CEO는 이번 폭락사태와 관련해 가상화폐 프로젝트의 실패를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는 '테라 부활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10억 개 신규 토큰을 루나와 UST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세간의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지지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내 평생의 저축을 모두 날렸다"는 등 항의가 잇따르고 '쓸모없는 다른 코인을 만드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코인 배분이 일련의 효과를 낳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루나와 테라의 폭락 사태가 불거지면서 우리 금융당국이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가상자산 주무 부처들은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한 뒤 2024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면밀한 관리 대책을 강구하는데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듯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보는 시각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가상자산 투자의 실체와 현황을 재차 되살펴 볼 수 있는 기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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