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단절·北도발 속 대북 메시지 주목…동맹강화·한미일 협력 강조 예상
'중국 코 앞' 일본서 쿼드 정상회의…새 경제협력체 IPEF도 출범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한국을 시작으로 한일 순방 일정에 들어간다.
20∼22일 한국을 방문한 뒤 22일 일본으로 넘어가 24일까지 머무는 일정이다.
작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아시아를 직접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 처음 초청한 국가, 국무·국방장관의 첫 해외 순방 국가로 공히 일본과 한국을 택할 정도로 두 나라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미국 외교·안보의 최우선 순위인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의 동맹 강화와 파트너십 공고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결과라는 해석을 낳았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미국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최근 북한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것은 물론 7차 핵실험마저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은 상황이다.
이번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의 코 앞까지 직접 와서 한미, 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북핵과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4월 말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하고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문했지만, 1년이 넘도록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까지 압박하는 형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기간 파격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기보다는 큰 틀에서 외교를 통한 비핵화 해법, 대북 압박을 위한 제재 유지라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호응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능력이 점점 고도화하는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확장 억지력 제고, 전략자산 전개 등 안보 현안에서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반면 북한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한일 순방의 또 다른 포인트는 중국 견제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일본에서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갖기로 합의한 데서 출발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는 대중국 견제 협의체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되면서 비중이 커졌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이 상당 부분 유럽으로 쏠린 상황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찾는 것은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쿼드 정상회의와 함께 중국 협공 측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방일 기간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다.
IPEF는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역내 국가를 규합하기 위한 일종의 경제 협력 채널로 통한다.
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대항마'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PEF 초기 멤버에는 미국 외에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국 견제 전선에 한국의 협력을 끌어내는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유력한데, 이는 취임 초부터 미래 먹거리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해온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문제에서 한국과의 공조 강화를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역시 IPEF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쿼드 자체는 아니더라도 공급망, 기후변화, 전염병 대유행, 첨단기술 등 쿼드 실무그룹에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아울러 미국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는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을 누차 강조한 만큼 한일 양국의 공동 노력과 함께 한미일 삼각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바이든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되는 정상회의가 아시아에서 줄줄이 예정돼 있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행보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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