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 등에 中반체제 인사 추방 요구 전달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미국 법무부는 카지노 재벌인 스티브 윈 전 윈리조트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정부와 공안부의 대리인으로 등록하도록 해 달라는 민사 소송을 컬럼비아주 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 정부를 위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윈 전 CEO에게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이 정한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할 것을 수년간 거듭 권고했으나 끝내 거절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38년 FARA를 제정해 특정 국가의 이권 대행이나 홍보 활동을 통해 미국의 정책과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는 기관 및 개인을 법무부에 등록해 연간 예산과 경비, 활동 범위, 외국 정부와의 관계 등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윈은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2017년 6~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를 상대로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미국에서 추방하도록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궈원구이는 2015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집중 폭로했으나, 중국은 그가 뇌물과 납치, 사기, 돈세탁,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범죄 혐의자라고 주장해왔다.
윈은 당시 중국 공안부 부부장인 쑨리쥔의 요청에 따라 이 같은 활동을 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찬 또는 전화 등으로 요구 사항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윈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백악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 관료들과 쑨리쥔 등 중국 공안부와의 회담 주선을 위해 여러 차례 논의를 한 혐의도 있다.
미 법무부는 마카오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윈이 사업상 이익을 위해 중국 공안부에 협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법무부 대변인은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윈에 대한 형사 기소를 추진하는 대신 민사소송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즉각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윈은 미 법무부의 소송 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윈측 변호사들은 성명을 내고 "스티브 윈은 중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행동한 적이 전혀 없으며, FARA에 따라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할 의무가 없다"면서 "미 법무부의 FARA 관련 법률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며 법정에서 이를 입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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