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관광육성책 되돌아봐야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한국에 7월에 가려고 하는데 항공권이 동날까 걱정이에요."
우리 정부가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2년 넘게 중단했던 외국인 관광객 단기방문 비자 발급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K컬처 팬 등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의 관광비자 발급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일본인 여행객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일본인 K컬처 팬은 야후재팬 게시판을 통해 "가뜩이나 많지 않은 한국행 항공권이 동이 날까 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정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국내 인바운드 관광 여건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관광 산업의 기반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당장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한다 해도 관광가이드 등 필요 인력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대부분 필요 인력이 다른 직장을 찾아 이직해서다.
지난 20일 대표적인 인바운드(외국인의 방한 관광) 업체인 HIS 코리아에 전화했더니 전체 사무실에 당직 직원 1명만 근무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붕괴한 관광산업을 복구시키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 대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방한 관광객 수는 곤두박질쳤고, 수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실직했다. 관광 기반도 붕괴했다.
메르스가 사그라진 이후인 2015년 7월 대통령 주재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고 관광산업 육성 대책이 발표됐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오히려 한국 관광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로 봤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는 시스템을 정비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다.
당시 정부는 100가지에 달하는 다양하고 전폭적인 대책을 내놨다.
당시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건에 대한 세금을 환급받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긴 줄을 서야만 했다.
그래서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현장에서 세금을 환급받도록 했다.
또 수만 명에 달하는 크루즈 입국자들이 입국 스탬프를 받기 위해 항구에서 줄 서느라 쇼핑할 시간을 모두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고자 세관원들을 크루즈에 미리 승선시켜 공해상에서 입국 절차를 모두 처리한 것도 이때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메르스 직후인 2016년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사상 최대인 1천720만 명을 달성했다.
2014년에는 국제관광 경쟁력이 29위였지만, 메르스 직후인 2016년에는 뒤 오히려 10계단이 오른 19위로 상승했다.
당시 청와대 관광정책비서관이었던 박강섭 코트파 사장은 "모든 것이 올스톱된 지금이야말로 불합리한 관광업계 체질을 개선하고 메르스 사태 등에서 배운 경험을 되살려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일본항공 관계자는 "관광비자 발급으로 방문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움직일 것"이라며 "본격적인 관광 활성화는 비자 면제 시점부터"라고 말했다.
아직 우리에게는 관광 체질을 개선할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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