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제외한 실질 소비 감소…식료품·비주류 음료 3%↓ 주거·수도·광열 1%↓
생산자물가 상승세 등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저소득층 부담 커질 듯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올해 1분기 필수 소비로 분류되는 식료품 등의 명목 지출이 1년 전보다 늘었으나 물가 변동을 제거한 실질 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식료품 구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의미로, 물가 상승의 여파가 삶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월평균 38만8천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한 금액이다.
반면 물가를 고려한 실질 지출 금액은 같은 기간 3.1% 감소했다.
지출 금액은 늘었으나, 물가 변동을 제외하고 봤을 때 실제 소비 규모는 줄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1년 전 3천원에 2개를 샀던 식품을 올해는 4천원을 주고 1개를 소비했다는 식이다.
이외 주거·수도·광열(-1.1%), 교통(-6.0%), 기타 상품서비스(-0.2%) 등도 1년 전에 비해 실질 지출이 감소했다.
이들 모두 명목 기준으로는 지출이 증가한 품목들이다. 주거·수도·광열은 2.3%, 교통은 2.8%, 기타 상품서비스는 4.0% 각각 증가했다.
이들에 대한 씀씀이는 커졌으나, 실제 지출한 금액만큼 효용은 얻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특히 식료품·비주류 음료와 주거·수도·광열, 교통 등은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수적인 소비로 꼽히는 만큼 체감되는 삶의 질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명목 지출은 증가했는데 실질 지출이 감소했다는 건 돈은 더 썼는데 소비하는 양은 줄었다는 의미"라며 "소비의 질이 떨어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생활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1분기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8%)을 웃돌았다.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는 같은 기간 3.5% 올랐는데 이는 2017년 3분기(3.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교통은 9.4% 올라 직전 분기(11.1%)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소득 대비 가계의 씀씀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 소비 성향은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줄어든 65.6%로 재차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소득이 늘어난 것만큼 지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최근 생산자물가 상승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1% 올라 4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축산물(7.4%), 수산물(2.6%), 석탄·석유제품(2.9%),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4.5%)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돼지고기(28.2%), 멸치(22.0%), 식용정제유(11.8%), 경유(7.2%)의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생활에 필수적인 품목의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에 더 부담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액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소득별로 보면 5분위 13.2%, 4분위 14.8%, 3분위 15.7%, 2분위 16.7%, 1분위 21.7%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비중이 컸다.
주거·수도·광열도 1분위(22.7%), 2분위(17.2%), 3분위(14.8%), 4분위(11.6%), 5분위(10.8%) 순으로 비중이 컸다.
정부는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식용유·석유류·계란·돼지고기 등 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물가를 꼼꼼히 살피기로 했다.
이달 말에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을 포함해 민생 안정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0일 제1차 경제차관회의에서 "엄중한 물가 여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민생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경제팀의 최우선 당면과제라는 인식에 따라 물가 상승세 억제를 위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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