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흑자 행진에도 재무 구조 '부실'…부채비율 2천217%
독자 생존 가능성 작아…해외 기업결합심사 '난항'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해외에서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해외 경쟁당국은 양사의 합병이 시장의 경쟁을 얼마나 제한할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가능성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1분기에 매출 1조1천466억원, 영업이익 1천769억원을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기존의 1분기 최대 영업이익 실적인 2010년의 1천409억원도 넘어섰다.
이는 화물 사업의 호조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향후에는 여객 수요 회복과 함께 여객 매출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흑자 행진이 기업결합심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가 기업 판정을 받는다면 대한항공[003490]은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 조치 없이 M&A(인수·합병)를 할 수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 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두 항공사의 운수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해외 경쟁당국도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 기업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데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와 해외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의 어려운 재무 구조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기업결합 없이 재무 환경 개선과 회사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결합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최근 영업이익 흑자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20년 1천343.8%, 2021년 2천282.3%로 938.5%포인트(p) 급등했다.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음에도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천217%에 달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42%에 불과하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조9천676억원 많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수 자금 1조원, 채권은행과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부터 3조6천억원을 받았지만 재무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점도 독자 생존 가능성이 작은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희망퇴직과 무급·유급 휴직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최근 화물 매출 증대는 여객기 하부의 화물칸(밸리) 공급 감소에 따라 화물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여객기 운항이 회복되면 화물 운임이 하락하면서 화물 매출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와 고환율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유류비 지출은 2천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이러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재무 구조에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미국,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은 현재 심화 심사에 착수해 경쟁 제한성을 엄격히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통합 논리 중 하나인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생존까지 걱정해야 한다며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국의 항공시장 재편이라는 통합 목적을 이해했지만, 해외 경쟁당국은 독점 가능성과 이에 따른 폐해만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가능성은 부가적인 요소"라며 "대한항공이 어느 정도로 경쟁 제한성을 완화할 수 있을지가 해외 결합심사 통과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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