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맞선 中 대응은?…RCEP 활성화·CPTPP 가입·브릭스 확대

입력 2022-05-23 11:38  

IPEF 맞선 中 대응은?…RCEP 활성화·CPTPP 가입·브릭스 확대
양자 차원서 교역·전략물자 中의존도 지렛대 삼아 강온 양면책 쓸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로 출범시키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을 모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IPEF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무역협정과 달리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한국과 일본이 참여 방침을 결정한 상태이며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등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IPEF에 대한 중국의 시선은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22일 발언에 잘 나타난다.
왕 부장은 "IPEF가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며 미국이 IPEF를 통해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자국 내부 시각을 대변했다.
이어 "미국은 경제 문제를 정치화·무기화, 이데올로기화하면서 경제 수단을 이용해 지역 국가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쪽에 설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의 국가는 미국에 성실한 답변을 요구할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중국은 IPEF를 대 중국 포위·압박과 중국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으로 간주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역내 '경제 영토'를 지키기 위해 다자 및 양자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다자 면에서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자국이 가진 독보적 경제적 영향력을 앞세워 역내 무역 체제의 '현상 유지'를 시도함으로써 미국의 중국 배제 시도에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화하고, 가입을 신청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통해 IPEF가 다루지 않는 시장접근 분야에서 대미 우위를 장악하려 시도할 전망이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한 자유무역 협정으로 올해 초 발효했다.
CPTPP는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을 비롯한 아태지역 11개국이 새로 추진한 경제 동맹체로, 2018년말 발효됐다. 중국은 작년 9월 가입을 신청해둔 상태다.
중국은 또 IPEF의 창립 멤버로 참여할 한국, 일본과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데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개시 전날인 지난 19일 중국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외교장관회의(화상)를 개최하면서 브릭스 확대를 제안한 것도 IPEF를 통한 미국의 블록 형성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미주 등 여러 대륙에 걸친 신흥국 중심의 글로벌 조직인 브릭스를 확대해 미국 주도의 아태 지역 블록화에 대응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양자 측면에서 중국은 대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및 동남아 각국과의 교역량, 역내 곳곳에 형성된 화교 경제권 등을 바탕으로 강온 양면책을 통해 개별 국가들을 자신의 영향권 안에 묶어 두려 할 것으로 보인다.
교역 조건과 관련한 우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차원의 지원, 희토류 등 전략 물자 수출 통제가 중국의 '지렛대'로 사용될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IPEF 차원에서 미국이 모든 산업 영역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형성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핵심 전략산업, 특히 반도체 관련 별도 공급망 형성을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국·일본·대만 4자의 반도체 동맹이 IPEF의 우산 아래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중국의 최대 우려로 전해진다.
따라서 중국은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디커플링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 요소수 사태에서 확인됐듯 중국의 대 한국 지렛대는 핵심 원부자재 조달에서 한국이 지닌 중국 의존도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수교 30주년인 올해 한중협력 강화를 지속 강조하는 동시에 유사시 한국의 대 중국 의존도가 큰 원부자재의 수출 통제 카드로 한국을 견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은 IPEF를 통한 미국의 경제 영토 확장에 맞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며,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택하는 것은 손해가 될 것임을 보여주려 할 것이기에 IPEF의 성공 여부는 역내 국가들에 얼마나 큰 과실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관측통들은 입을 모은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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