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현대차와 6개월 극비 협상…주지사, 3년전부터 공들여"
현지언론 보도…주장관 "몇 년간 한국 10번 방문해 현대차 설득"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공장을 설립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 미국 주 정부 간에 전쟁에 비유해도 될 만큼 치열한 투자유치경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지아주 현지 언론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23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공장 유치에 조지아주 이외에도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특히 투자유치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조지아주는 이번 투자 유치 성사를 위해 6개월 동안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에 따르면, 협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 12월이었다.
그러나 이런 투자 유치 움직임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현대차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일부 사항만 공개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했다고 윌슨 장관은 밝혔다.
조지아주는 비밀 협상에 최적의 장소였다고 한다.
현대차의 브라이언 카운티 공장용지는 외딴곳에 위치해 주변 부동산 업체 등을 통한 입소문이 나지 않았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주 정부 소유 토지였기 때문에 사유지 수용 등의 번거로운 법적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었다.
윌슨 장관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을 10번 방문했고 그때마다 현대차 관계자를 만나 설득했다"며 "현대자동차 관계자를 서배너 공장용지로 3번 안내하면서 예상 질문과 대답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가 투자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결정적 순간은 지난 2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조지아주 실사 방문이었다고 한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보좌진은 방문일 전날부터 인근 서배너의 호텔에 대기하며 정 회장 방문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성사 여부를 걱정한 일부 보좌진은 너무 긴장해서 켐프 직접 주지사가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는 것.
마침내 정 회장이 전세기로 미국을 방문해 현장을 돌아본 후, 조지아주의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듣고 주지사실 관계자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이어 현대차는 지난 4월 조지아주 정부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해 공장 유치를 확정 지었다.
이 사실을 접한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은 "대박"(Boom)이라는 한마디를 남겼다고 회상했다.
현대차 공장 협상에 6개월이 걸렸지만, 그 이면에는 조지아 주정부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고 AJC는 보도했다.
조지아주는 2006년 기아자동차 공장 유치에 성공했으나 그 후로는 자동차 관련 투자 유치에 실패를 거듭했다. 2015년 볼보 공장 유치 경쟁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패했다.
2019년 취임한 켐프 주지사는 현대자동차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당선 직후 첫 외국 순방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기아차를 방문해 당시 총괄 수석부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식사를 같이했다. 2019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 가동 10주년 행사에서도 정 회장을 만나 선물을 건넸고, 2020년 정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하자 즉시 축하 편지를 보내는 등 관심과 정성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조지아 정치권도 당파와 관계없이 힘을 보탰다.
존 오소프 민주당 연방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방문 중 정 회장을 만나 공화당 소속인 켐프 주지사를 측면 지원했다.
오소프 의원과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은 투자 발표 직후 "현대차의 수십억 달러 투자는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조지아주의 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환영했다.
higher250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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