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첼레트 대표, 미국 우려 속 방중 일정 진행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국제인권 문제는 상호 존중을 견지해야 하고, 인권을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광저우에서 바첼레트 대표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다자간 인권기구는 분열과 대항의 전장이 아니라 협력과 대화의 무대가 돼야 한다"며 "중국은 상호 존중과 평등한 대우라는 기초에서 인권 문제에 건설적인 협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인권 존중과 보장에 관한 논술 편저'를 바첼레트 대표에게 선물했다.
이에 바첼레트 대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글로벌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세계 인권 사업의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하자"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전날 신장위구르자치구 방문을 포함한 엿새간의 일정으로 중국에 도착했다.
그는 오는 28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광저우대에서 강연하고, 카슈가르·우루무치를 비롯한 신장 지역을 찾아 당국자와 시민사회단체·기업·학계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다.
바첼레트 대표가 전날 중국에 도착 후 약 70명의 현지 외교 사절단과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 신장위구르 지역 구금시설과 인권 옹호론자들에 대한 접근을 다짐했다고 AFP 통신이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신장을 찾는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2018년 8월 취임한 이래 신장지역 인권 상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제약 없는 접근을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중국 측은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조사 형식이 아닌 우호 방문이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바첼레트 대표의 중국행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들은 바첼레트 대표의 이번 방문에 대해 중국 정부의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사무총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바첼레트 대표는 이번 여행 동안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다뤄야 한다"며 "그의 오래 지연된 신장 방문은 해당 지역의 인권 침해를 다룰 중요한 기회이나 동시에 진실을 은폐하려는 중국 정부와의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우려를 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신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을 집단학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약 100만명의 위구르족이 신장에서 집단 구금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위구르족의 분리주의·테러리즘 성향을 비난하며 강제수용소가 아닌 '재교육 캠프'를 통해 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극단주의를 퇴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