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안보협정 맺은 솔로몬제도와 인근 섬나라 순방
아태 거점 확대 통해 美 중국 포위에 대응
(서울 베이징=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조준형 특파원 =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부터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와 그 주변국 등 8개국을 방문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왕 부장이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8개국을 초청에 따라 정식 방문해 각국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각국 정부 수반을 예방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피지 방문 기간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한다.
왕 대변인은 "중국이 이들 국가와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양측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앞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도 왕 부장이 20명 가까운 대표단을 이끌고 금주에 자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개발 파트너인 중국과 생산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지난달 광범위한 안보협력 협정을 맺은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일본 도쿄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가 열린 날 나왔다는 점에서 쿼드에 대한 중국의 '견제구'로 풀이된다.
쿼드를 '아시아·태평양판 나토'를 결성하기 위한 행보로 보는 중국은 태평양 내 외교·안보 거점 확대를 통해 쿼드 등을 통한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응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자국 필요에 따라 중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협정을 지난달 솔로몬 제도와 체결했다.
중국은 솔로몬 제도 인근 키리바시, 통가, 바누아투 등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몬 제도는 호주의 '뒷마당'으로 불린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 입장에선 솔로몬 제도와 중국 간 안보협정이 남태평양 내 중국의 군사 거점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계해왔다.
비슷한 협정이 다른 도서국들로 확대되면 미국과 우방국들의 경계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일 정상은 지난 23일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지역의 우려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체결된 중국-솔로몬 제도 안보협정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솔로몬제도에 급파해 중국군의 배치가 현실화하면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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