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이후 1인당 연이자 80만원 이상↑…영끌·빚투 '비상'
연내 2회 이상 추가 인상되면 대출금리 13년 만에 7%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유아 오주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최근 약 9개월 기준금리가 0.5%에서 1.75%로 1.25%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딱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17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최소 두 차례 이상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다중채무자나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 등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가계대출 1천753조원…"기준금리 인상에 청년·자영업자 신용위험 커져"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천752조7천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천739억원(1천752조7천억원×77%×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에 이어 이날 다시 0.25%포인트씩 인상한 만큼, 약 9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16조8천695억원 가량(3조3천739억원×5)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천억원, 6조4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천원에서 각각 305만8천원, 321만9천원으로 16만1천원, 32만2천원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 9개월간 1.25%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80만5천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 이미 올해 은행 대출금리 1.6%p↑…연말께 7% 넘어설 듯
더구나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0.25%포인트씩 최소 두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최소 연 2.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미 6%대를 넘어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올해 말께 약 13년 만에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6일 기준 연 4.020∼6.590%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여 사이 상단이 1.612%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618%로 1.359%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이 반영되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768∼4.94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268%포인트, 상단이 0.220%포인트 높아졌다.
KB국민은행 여신 부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2.00%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고 7%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중 A은행의 내부 주택담보대출 금리 통계를 보면, 2007년 9월 7%를 넘어 2008년 12월 8.4%로 정점을 찍고 2009년 다시 7%대로 내려왔다.
A은행 관계자는 "2010년 코픽스 체제 이후로는 아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은 적이 없었다"며 "2015년 5∼6%대가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예상대로 7%를 넘어서면, 2009년 이후 무려 13년 만에 다시 7%대에 진입하는 셈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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