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시추 아이디어도 다시 나와…유럽서 에너지 믿음 뒤집혀"
존 케리 "전쟁 핑계로 기후변화 노력 후퇴하면 안 돼"…다보스포럼서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하면서 서방의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업계와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의 시도가 단기적으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인사는 이번 위기가 에너지 회사의 화석연료 장기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봤다.
실제로 유럽의 일부 국가는 단기적으로 석탄 사용을 늘리기로 했다.
독일 에너지 기업 지멘스의 조 케저 회장은 북해 유전 시추 같은 한물간 아이디어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몇십 년간 유럽이 가졌던 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뒤집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공급이 일정하지 않고 가격이 널뛰더라도 최소한 끊기지는 않는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이런 믿음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다시 화석연료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서방의 친환경 정책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는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우리는 기후 목표와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안보와 즉각적인 비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이를 화석연료에 대규모 투자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전날 연사로 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핑계로 기후변화를 위한 대응 노력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사태가 오히려 대체 에너지를 향한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8일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고 녹색 경제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계획을 제안했다.
이 계획에는 연료 사용 효율 개선,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등의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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