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러 우크라 침공 비난 거부 때처럼 외교적 타격
北 핵실험시 中 딜레마 커질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우방국'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보이나 중국에도 작지 않은 외교적 부담을 줄 전망이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추가 제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부정적인 효과와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철저히 보조를 함께 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대북 제재 또는 비난 결의 채택에 반대해왔다.
앞서 북한이 지난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했을 때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인해 안보리는 규탄 성명도 내지 못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유류 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안보리 결의 2397호의 '유류 트리거' 조항이 있음에도 중국은 제재 강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행정부 첫해였던 2017년 북한의 두 차례 ICBM 발사에 대해 중국은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제재 강화의 '폭'을 낮출지언정 제재 강화 자체에는 동의했다.
중국의 이번 대응은 '혈맹' 북한에 대한 관성적 조치처럼 보이지만 전례를 깨는 '이례성'도 지닌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중국은 미국이 작년에 호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지원을 골자로 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출범시켰을 때 북핵 해결에 악영향이 있을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대 중국 압박 및 경쟁 기조가 변하지 않으면 북핵과 같은 국제 안보 현안에서 중국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였고, 그 경고를 이번에 현실화한 셈이다.
중국으로서는 대북 추가 제재를 무산시킴으로써 북·중·러 진영의 결속을 강화했다고 자평할 수 있겠으나 마냥 속 편한 상태는 아닐 수 있어 보인다.
공인받은 핵보유국(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흔드는 북한의 행동에 '그린카드'를 발급한 데 따른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을 규합하는 미국에 맞서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와 국제 규범을 강변해온 중국 입장에서 이번 거부권 행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비판을 반대했을 때와 비슷한 딜레마를 안기는 형국이다. '집안 단속'은 했지만 바깥 세계와의 관계는 더 껄끄러워지는 것이다.
임박한 징후가 감지되는 북한의 핵실험이 강행될 경우 중국의 딜레마는 더 커질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둔 시기에 북한 옹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부담이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갈등 지수가 높아지는 것도 중국 지도부에는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계기에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북핵 변수가 한미일 공조에 명분을 공급하는 것도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의 경우 대북 견제가 동전의 한쪽 면이라면 다른 한 면은 대 중국 견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에도 중국이 제재 강화 자체를 거부하는 현재의 완강한 기조를 유지할지는 속단키 어려우며, 중국으로선 당 대회 전에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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