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15년만의 중러 거부권 행사 분석
"'글로벌 협력' 최소한 겉치장마저도 박살 났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신냉전 속에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제재의 시대가 끝났다는 진단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안이 처음으로 거부권 행사 때문에 부결됐다는 점을 들며 이같이 해설했다.
통신은 "미국이 추진하는 신규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 결정은 글로벌 협력이라는 겉치장조차도 완전히 박살을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새로운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을 압박하려는 노력이 힘겨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에 나선 이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 때 합의 속도는 느렸지만 결국 제재에 찬성했다.
그렇게 미국의 주도로 북한의 무기개발 자금을 차단하는 제재는 2017년 마지막 제재 결의까지 꾸준히 지속돼왔다.
이번 부결 사태는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주도권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극도로 경색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결이 뻔한 데도 미국이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안을 표결에 부쳤다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의 제니 타운은 "미국이 부결될 것이 확실해보이는 안을 밀어붙인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운은 부결 대신 미국이 북한에 맞서 단결된 반대를 끌어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치 상황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동의한다는 모양새가 북한에 강력한 신호를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 유럽 외교 당국자는 그의 모국이 이날 안보리 표결에서 미국 편을 들어 찬성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시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북한의 다음 핵실험까지 기다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향후 유엔 안보리에서 벌어질 험난한 대결을 예고하듯 이날 제재안 부결 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곧장 서로 비난했다.
미국은 "오히려 북한을 대담하게 만든다"고 주장했고, 중국, 러시아는 대북 추가 제재가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맞섰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불발할 제재안을 내놓은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의 아르툠 루킨 교수는 미국이 안보리에서 이런 분열을 촉발되기를 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제재의 종식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는 '어느 정도' 눈감는 것으로 보이지만 핵실험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루킨 교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핵실험은 중국, 러시아가 훨씬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