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도 美의회 총기규제 불가 이유는…로비·필리버스터·선거

입력 2022-05-30 02:30  

비극에도 美의회 총기규제 불가 이유는…로비·필리버스터·선거
상원 반분한 공화당 반대…보수 유권자 눈치보는 공화 예비선거
총기업체 로비…총기협회, 참사와중에도 "총기소유는 기본 인권"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에서 대규모 총기 참사 비극이 연이어 발생하며 총기 사용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있지만, 총기 규제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내 충격적인 총기 난사 참사 이후에도 의회의 총기 규제 법안 처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들이 신원조회 확대와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 압수 등의 규제(red flag law) 강화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핵심 법안이 통과되진 않을 것이란 깊은 냉소에 빠져있다고 더힐은 보도했다.
이러한 비관론의 중심에는 상원의 필리버스터가 있다.
상원 의사 규정상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선 최소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원은 현재 민주당(민주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석씩 반분하고 있어 총기 규제 법안 처리에 적극적인 민주당 외에 10석의 공화당 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수정당인 공화당 자체가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어 이는 난망하다.
상원은 지난 26일 국내 테러방지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투표를 했지만 공화당 반대로 무산됐다. 이 때문에 현재 상원에 계류된 두 건의 총기 규제 관련 법안 처리 역시 물 건너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총기 문제가 역사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간 분명한 입장차를 보여주는 이슈인데다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를 감안하면 필리버스터가 무력화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총기 제조업자들의 로비도 정치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를 중심으로 한 총기 제조업자들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로비는 공화당 의원들을 쥐어 잡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의회의 총기 법안 통과에 가장 큰 걸림돌로 이러한 로비를 거론하면서 "그들의 재정적 힘이 우리 정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리처드 블루멘설 상원의원은 "총기 로비는 총기 폭력 예방에 대한 많은 반대 세력을 후원하고 있고, 일각에선 매수 얘기도 나온다"며 "이전보다는 세력이 덜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두려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총기 참사 와중에도 지난 27일 연례행사를 개최한 NRA는 총기 소유를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주장했다.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등 공화당 거물들이 참석했다.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녹화 연설을 했다.



올해가 중간선거의 해라는 점도 장애물로 꼽힌다.
뉴욕주와 텍사스주의 잇따른 총기 참사 속에 그나마 총기 개혁을 검토할 수도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해서다.
블루멘설 의원은 "공화당 동료 상당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그 이면에 뭐가 있겠나. 총기 로비가 있다"고 말했다.
더힐은 "대부분의 하원 의원들은 중간선거에서의 다른 당 라이벌보다 예비선거 경쟁자들에 대해 더 걱정한다"고 전했다.
공화당 예비선거가 보수적인 공화당 유권자를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총기 개혁을 얘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무기 소유·휴대 권리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총기 로비단체가 총기 개혁을 반대하는 논리가 바로 이 조항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총기 규제가 수정헌법 2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사실상 없다"며 총기 규제 입법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리처드 셸비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수정헌법 2조가 큰 장애물이다. 우리는 헌법을 믿고 있다"면서 "나는 일생 총을 갖고 있었고 이를 오용하지 않았다. 누구도 오용하지 않길 바라지만 일부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더힐은 "공격 무기와 고용량 탄창 금지 같은 전면적인 총기 개혁은 현재 환경에서,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조차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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