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위협 있는데…미 '심판의날' 공중지휘통제기는 40년 넘어

입력 2022-05-30 16:18  

핵전쟁 위협 있는데…미 '심판의날' 공중지휘통제기는 40년 넘어
E-4B 나이트워치, 교체 서둘러도 2027년에나 가능…반세기를 써야 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미국 공군의 핵전쟁 지휘 항공기는 40년 넘은 노후 기종으로 교체에도 수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공군 소속 E-4B '나이트워치'는 미국 본토의 군사시설이 핵 공격을 받아 무력화되더라도 공중에서 핵전쟁을 지휘할 통제본부 기능을 갖춰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도 불린다.
미 공군은 총 4대를 운영하는데, 카터 행정부(1977∼1981년)에서 도입한 지 40년이 더 돼 교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체를 계획대로 추진하더라도 새 공중지휘통제기가 2027년에야 인도될 전망이라 E-4B를 최소 50년은 운영하게 됐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E-4B는 보잉사의 747-200S에 지휘통제에 필요한 통신장비를 장착하고 핵폭발의 열기와 방사선, 전자파를 견디도록 개조했다.
그런데 정작 주요 민간 항공사는 이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747-200 기종을 퇴역시켰다.
실제 E-4B 곳곳에는 과거 시대의 흔적이 있다.
조종석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조종 장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회의실에 있는 시계를 제외하면 비행기 내부에 디지털 장비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승무원이 작업하는 워크스테이션에는 유선 전화기와 1980년대 애플 컴퓨터를 연상케 하는 구형 모니터가 장착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군은 민간 항공기를 새로 구매해 개조할 계획이지만 통제기로서 조건을 충족하는 미국 민항기인 보잉 747-800 기종은 보잉이 작년 1월 마지막 주문을 받으면서 생산이 종료됐다.
공군은 새 항공기 구매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2억300만달러(약 2천500억원)를 요청했으며 2024∼2027 회계연도에도 30억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의회의 지지 확보가 관건이다.
E-4B가 주둔하는 오푸트 공군기지가 있는 네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돈 베이컨 하원 의원은 폴리티코에 "E-4B를 수십 년간 잘 운용했지만 이제 교체할 때가 됐다. 러시아의 난폭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4B 유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시간당 운영 비용이 14만7천달러(약 1억8천만원)로 대통령 전용기를 제외한 모든 군용기 가운데 가장 비싸다.
전문가들은 보잉의 생산 종료 이후 예비부품을 찾기 힘들어지면서 유지 비용이 향후 5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공군은 E-4B를 미국 국내에서는 더 띄우지 않고 외국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만 사용하고 있다. E-4B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지난 20일 일본 상공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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