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이 테헤란에서 벌어진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간부 암살의 배후로 사실상 이스라엘을 지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보복 행위를 우려해 터키 등 이란 인근국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30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날 자국민에게 터키 등 이란 인근국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국가안보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 간부 죽음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됨에 따라 이스라엘인을 해치기 위해 이란이 음모를 꾸밀 위험이 커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터키를 포함해 이란과 국경을 맞댄 국가에서 이스라엘인을 겨냥한 위협은 실제 상황이 되었다"고 강조하고 "이들 국가 여행 시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에 예방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에서는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소속 사이드 호아에이 대령이 암살당했다.
호아에이 대령은 자택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이 쏜 총탄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란은 즉각 '세계의 오만한 세력과 관련된 반혁명 분자의 테러'라고 비난했다. '오만한 세력'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 미국의 동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또 셰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보안 당국자들이 (암살자를) 계속 추적해 의심의 여지 없이 위대한 순교에 대해 복수할 것"이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공격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상대를 공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무장에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여온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은밀하게 타격하고, 이란 요인 암살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스라엘은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사망할 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은 직접 실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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