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반전' 러시아 과학자들의 조용한 저항

입력 2022-05-30 16:29  

[우크라 침공] '반전' 러시아 과학자들의 조용한 저항
과학아카데미 회원 선출 앞두고 침공지지자 명단 돌려 낙선 유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러시아 과학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한 과학자들을 러시아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뽑지 않으려는 조용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는 3년만에 새 회원을 뽑는데,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총회의 투표를 앞두고 대학이나 기관의 전쟁 지지 선언이나 서한에 서명하거나 개인적인 성명을 발표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한 과학자 수십명의 명단이 돌고 있다.
이 명단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 과학자들이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작성돼 이달 초부터 공유되고 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는 회원이 약 1천900명으로, 이번에는 정회원 92명을 포함해 309명의 회원을 새로 뽑는데 1천700명 이상이 후보 등록을 해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 명단이 투표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모스크바 물리학기술연구소의 물리학자 알렉산데르 노지크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과학계 종사자 대부분은 전쟁에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런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선출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고위 보직자를 중심으로 수백 명이 전쟁 지지 서한에 서명했으나 상당수는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있다. 지난 2월 처음 공개된 침공 반대 공개서한에는 8천명 이상의 과학자와 과학담당 기자들이 서명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침공 지지자들의 과학 아카데미 회원 선출을 막아낸다면 당국의 탄압에도 항의 행위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가 이전처럼 강력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 과학사 전문 역사가인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학 명예교수인 로렌 그레이엄은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가 과거에는 최고 과학자들이 포함된 연구기관의 방대한 집합체였지만, 푸틴 정부가 권한을 빼앗아 교육부로 이관하면서 진정한 무게감이 없는 명예 모임이 됐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표절은 물론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과학자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고 수준이 떨어지는 논문을 출판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과학 아카데미 신규 회원 선출의 권위가 떨어진 것으로 지적됐다.
노지크 박사는 그러나 "러시아 과학계의 많은 학자는 아직도 과학 아카데미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조직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이는 과학아카데미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다른 조직은 더 나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는 앞서 지난 3월 7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러시아 공식기관에 가장 근접한 조직에서 나온 침공 반대 성명으로 주목받았지만 일각에서는 반전 입장이 마땅히 드러내야 할 만큼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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