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홍보하듯 광고…온라인·할부로 구매 유혹
"군용소총 민간보급 설득하고 총기규제 반대 로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텍사스주 총기 난사에 사용된 소총을 만든 총기회사 대니얼 디펜스가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과 총기규제 반대 로비로 악명 높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미국의 총기업계는 고령화되고 대부분 백인인 고객층을 확대하고 총기 규제 움직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는데 그 전면에는 무기 판매 관행을 깬 대니얼 디펜스가 있다고 NYT가 전했다.
조지아주의 가족 소유 기업인 대니얼 디펜스는 2002년 미군 특수부대와 2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신생사다.
소매점에 총기를 납품하는 총기업계 관행과 달리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일찍 도입했고, 비싼 무기를 쉽게 살 수 있게 할부로 판매했다.
특히 1인칭 슈터(FPS)인 '콜 오브 듀티' 같은 인기 비디오게임을 연상케 하는 광고를 하는 등 텍사스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 같은 젊은이를 겨냥한 마케팅으로 크게 성장했다.
아동이 사격하거나 산타 복장을 하고 군용 헬멧을 쓴 남자가 총기를 든 광고를 내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도 2000년대 전에는 대부분 제조사가 군사용 돌격소총을 민간인에게 판매하지 않았지만 이런 관행도 깼다.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지만 이런 파격적인 전략 덕분에 총기 산업에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티머시 리턴 조지아대 법학교수는 "대니얼 디펜스는 브랜드 선도자"라며 "이 회사는 호신용 총기를 소유하고 싶은 민간인에게 고성능 반자동 무기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데 엄청나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회사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티 대니얼(59)은 총기 규제를 조롱하고 떠들썩한 판촉 행사로 관심을 끄는 '선동가'라고 NYT는 전했다.
자신을 조지아남부대학에서 두 번이나 낙제한 뒤 겨우 졸업한 멍청이로 묘사한 그는 골프 실력이 엉망이라서 받은 스트레스를 AR-15 소총 사격으로 해소한 게 총기제조에 뛰어든 계기라고 소개한다.
그는 총기 광고를 금지하는 프로미식축구(NFL) 중계에 60초짜리 광고를 실으려다 거부당하자 폭스뉴스에 출연해 "NFL에 전화해서 '이봐, 내 광고 실어줘'라고 말하라"고 시청자에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대니얼과 회사 최고운영책임자인 그의 아내는 도널드 트럼프의 적극 지지자가 돼 관련 단체에 3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2017년 한 인터뷰에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무기 소유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2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총기 규제를 대놓고 비난한다.
2018년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 이후 전미총기협회(NRA)도 지지한 총기 규제안을 잠시 지지했지만 바로 입장을 바꿔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모든 총기 규제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비영리단체 폭력정책센터의 조시 슈거만 센터장은 "이런 배짱은 스미스 앤드 웨슨 등 다른 전통적인 총기업체 경영진에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때 총기회사 킴버의 경영진이었다가 지금은 총기산업을 비판하는 라이언 부세는 "대니얼 디펜스는 지독하고 공격적인 총기 마케팅의 전형"이라며 "마티 대니얼은 문을 박차는 스타일로 다른 총기제조업자보다 훨씬 요란하고 뻔뻔하다. 정치계의 도널드 트럼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한 격렬한 반응에 대니얼 디펜스도 위축된 모습이다.
휴스턴에서 열리는 NRA 행사에 부스를 마련할 계획을 취소했으며, 원래 홈페이지에서 1만5천달러 상당의 총기나 탄약을 받을 수 있는 응모 행사를 진행했지만 26일 내렸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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