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동안 3만6천여 명 체포…국제앰네스티 "대규모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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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엘살바도르 정부가 '갱단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체포 작전을 이어가면서 수감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무더기 체포와 수감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일간 엘디아리오데오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27일 비상사태 선포 이후 5월 말까지 두 달여 동안 총 3만6천37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중 3만1천263명이 남성, 5천114명이 여성이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 그라피카에 따르면 비상사태 선포 전까지 엘살바도르에선 총 3만9천538명이 수감돼 있었다.
이들을 합친 총 수감자는 7만5천875명으로, 엘살바도르 성인 인구(437만 명)의 1.7%에 해당한다고 라프렌사 그라피카는 전했다.
대규모 체포 작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곧 엘살바도르 성인 100명 중 2명 가까이가 감옥에 갇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수감자 수는 전체 교도소 정원의 25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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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3월 26일 하루 무려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체포가 가능하게 했다.
중미 엘살바도르엔 'MS-13'(마라 살바트루차), '바리오 18' 등 악명높은 갱단 조직원이 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이들 갱단 조직원의 일망타진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는 비상사태 이후 무더기로 체포된 이들이 대부분 갱단 조직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일선 경찰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성인 남성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켈레 대통령조차도 전체 체포 중 1%는 '실수'일 수도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엘살바도르 거리엔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익명 핫라인으로 신고하라는 전단이 붙어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 전했다.
현지 일간 엘디아리오데오이의 소유주인 파브리시오 알타미라노는 가디언에 "정신 나간 일"이라며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화나게 하면 (상대방이 신고를 해서) 감옥에 들어갈 수 있다. 변호사도 얻지 못하고 전화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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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과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도 언제 어디서 체포될지 몰라 두려워하는 상황인 것이다.
체포된 이후에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고문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일 보고서에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상사태 아래 수천 건의 임의 구금과 절차 위반, 고문과 학대 등 대규모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두 달여간 수감 중에 사망한 사람도 18명에 달한다며 "열악한 교도소 상황을 고려할 때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인권 침해 우려가 끊이지 않고, 부켈레 대통령이 범죄 건수 감소를 위해 갱단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나왔지만, 엘살바도르 일반 국민은 여전히 부켈레 대통령에 굳건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일로 취임 3년을 맞은 부켈레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87%(일간 라프렌사 그라피카 조사)에 달하며, 응답자의 다수는 부켈레의 최대 업적으로 치안 개선을 꼽았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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