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장악 후 처음 공식사절 파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힘쓰는 가운데 인도 정부도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탈레반과 공식 회담을 열었다.
3일(현지시간) 양측 외교부에 따르면 J.P. 싱 외교부 차관이 이끈 인도 대표단은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정부 외교부 장관 대행과 회담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 전 정부를 무너뜨린 후 인도 외교 사절이 카불에서 탈레반과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은 구호 물품 전달 상황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무타키 장관 대행은 전날 회담에 대해 "양국 간 협력의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하며 인도의 구호 지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압둘 카하르 발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은 밝혔다.
인도는 탈레반 정권 출범 후 경제난이 심각해진 아프간에 밀 2만t, 의약품 13t, 코로나19 백신 50만회 접종분, 겨울옷 등을 지원했다.
무타키 장관 대행은 인도가 추진하던 아프간 내 프로젝트와 인도 외교 업무 재개 등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인도가 탈레반과의 공식 접촉을 본격화한 것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물론 아프간에서 커지는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탈레반 정부는 전날도 딩이난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 대리와 만나는 등 중국과 정치·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탈레반 정부가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공식 정부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월 아프간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아프간과의 교역·광물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아프간 동부 구리 광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동시에 중국은 아프간과 관계 강화를 통해 신장(新疆)위구르족 분리주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은 무슬림이 많이 사는 중국 신장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반면 인도는 20년 넘게 탈레반을 테러리스트 조직이라며 무시해왔다.
인도는 탈레반의 1차 통치기(1996∼2001년)부터 미국 등과 함께 반(反)탈레반 세력인 북부 동맹을 지원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지고 친미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자 적극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벌이기도 했다.
탈레반이 인도와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 이와 대척점에 있는 정부와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프간 전 정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중국이 현지 영향력을 강화하자 인도도 탈레반을 새로운 외교 파트너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인도 정부는 아프간이 반인도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인도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분쟁지 카슈미르 등에서 본격적으로 반인도 공격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