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시절 일화 공개…"러 대선 비판했더니 적대적 반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구세주라고 믿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영국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 참석해 2009∼20013년 푸틴 대통령과 있었던 일화를 회고하며 이 같은 시각을 드러냈다.
이 기간은 클린턴이 미 국무장관으로 있던 때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총리로 있다가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재선된 시기이기도 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푸틴 대통령과 일하면서 "그가 자신을 거의 구세주라고 믿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그의 '러시아 제국 재건 목표' 또한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클린턴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유럽이나 나머지 세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메모를 남겼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클린턴 전 장관은 슬프기는 했지만 놀라지는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와 우크라이나인이 이에 제대로 맞섰다는 게 기쁘면서도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가깝게 일하면서 "어느 정도 긍정적 발전"을 이뤘으나 2012년 러시아 대선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졌다고도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러시아 대선을 '노골적으로 부정직한' 선거라고 비판했으며, 러시아인이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표를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수만명의 러시아인이 규탄 시위에 나섰는데, 푸틴 대통령은 이를 힐러리 전 장관의 탓으로 돌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러면서 "푸틴은 비판을 좋아하지 않으며, 특히 여성의 비판은 더 그렇다"면서 "푸틴은 그러고서 내게 아주 적대적으로 됐으며, 모두 알다시피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모든 수단으로 아주 열심히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 개입설이 불거졌던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던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자국에 유리하다고 보고 민주당 전국위원회(DNI) 서버를 해킹해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유포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려고 뭉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면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켰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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