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면역 회피' 위장술, 이제 뿌리부터 차단한다

입력 2022-06-03 17:53  

암세포의 '면역 회피' 위장술, 이제 뿌리부터 차단한다
T세포 헛손질 유도하는 암세포 단백질 '분해 경로' 발견
미국 UCLA 연구진, 저널 '캔서 디스커버리'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세포를 공격하는 '세포 독성' T세포가 활성화하면 표면에 PD-1이라는 단백질이 발현한다.
PD-1은 프로그램으로 예정된 세포 소멸((Programmed cell death), 줄여서 '세포 예정사'에 관여하는 '1형 단백질'이라는 뜻이다.
T세포의 PD-1을 무력화하기 위해 암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단백질이 PD-L1과 PD-L2다.
암세포의 PD-L1 또는 PD-L2가 T세포의 PD-1과 결합하면 해당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한다.
항암 면역 분야에서 PD-L1(또는 PD-L2)이 주요 표적으로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먼저 달라붙어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차단한다.
그래서 이런 면역항암제를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또는 'PD-1 억제제'(PD-1 inhibitors)라고 한다.
그런데 효능이 이보다 훨씬 더 강한 면역항암제가 조만간 개발될 거 같다.
암세포의 PD-L1(또는 PD-L2) 자체를 분해하는 분자 경로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치료법은 흑색종이 생긴 생쥐 모델 실험에서 암 재발을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UCLA 의대의 로저 S. 로 피부병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저널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 논문으로 실렸다.





로 교수팀은 오래전부터 돌연변이 표적 항암치료를 연구해 왔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보통 'MARK 경로'를 과도히 활성화해 암의 빠른 진행을 부채질한다.
실제로 MARK 경로를 표적으로 전이성 피부 흑색종 환자를 치료하면 반응 비율(효과를 보는 환자 비율)이 높게 나온다.
하지만 암세포에 치료제 내성이 생기면 상당수 환자에게 암이 재발했다.
그 원인이 PD-L1의 증가에 있다는 걸 연구팀은 확인했다. MARK 표적 치료를 하면 흑색종 세포 표면에 PD-L1이 더 많이 축적됐다.
그래서 PD-L1 분해 단백질을 찾기로 방향을 돌렸다. 이 지점에서 발견된 게 ITCH라는 단백질이다.
ITCH는 암세포 표면의 PD-L1에 달라붙어 생물화학적 '꼬리표'(tag) 를 붙였다.
암세포가 해당 PD-L1을 분해 대상으로 믿게 만드는 일종의 분자 표지였다.
연구팀은 이어 NIH(국립보건원) 물질 정보 DB를 샅샅이 뒤져 ITCH 활성제로 쓸 수 있는 저분자 물질을 찾아냈다.
기존의 면역항암제와 함께 이 물질을 생쥐에 투여하면 흑색종 재발이 억제했다. MARK 표적 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나온 것이다.
이런 억제 효과는 T세포 기능이 강화되는 데서 나왔다.
ITCH의 작용으로 암세포 표면의 PD-L1이 줄면 T세포의 종양 공격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제거됐다.
로 교수는 "일단 ITCH가 활성화하면 암세포 표면의 PD-L1이 분해되고 더 많은 T세포가 활성화면서 치료제 효과를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흑색종이 생긴 동물 모델 실험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적용 대상은 흑색종에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 PD-L1은 암 종양의 보편적인 면역 회피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PD-L1을 분해해 없애는 치료 전략은 면역 종양학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될 잠재력이 크다.
연구팀은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암 관련 경로 중 하나가 'MARK'라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흑색종, 췌장암 등과 같이 공격적인 암을 치료할 때 MARK 경로를 표적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한다.
로 교수는 "암을 치료할 때 돌연변이 표적과 면역 표적을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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