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이어 두번째…대선 직후 "선거사기 뒤집을 증거 충분" 주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전쟁을 기획한 피터 나바로 전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거부해 기소됐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연방 의사당 폭동 사태의 진상을 파악 중인 의회 특별위원회의 소환을 무시하고 관련 서류를 제공하지 않는 등 2건의 모욕 혐의로 나바로 전 국장을 기소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각각 1개월∼1년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작년 1월 6일 백악관 인근에서 '선거사기'를 주장하는 집회를 연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려는 미 의회로 몰려가 창문을 깨뜨리고 의회 경찰들을 공격하며 난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의원들과 의회 직원들이 긴급히 대피하면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위협받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정이 수 시간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연방수사국(FBI)을 중심으로 불법 시위대 처벌이 이뤄졌으며, 의회도 특위를 꾸려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진상을 파악 중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해 800여 명이 특위 조사를 받았다.
나바로 전 국장은 올해 2월 위원회의 출석 요청을 거부했으며, 하원이 불법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고소한 상태다.
경제학 교수 출신의 나바로 전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홍보한 백악관 관리 중 한명이다. 그는 부정 선거 증거가 대선 결과를 뒤집을 만큼 충분하다고 주장한 보고서를 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보고서를 홍보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것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법무부는 시위대 난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댄 스캐비노 전 백악관 부실장은 기소하지 않았다.
특위는 폭동 전후 메도스의 행적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그가 시위대의 한 인사에게 "주방위군이 현장에서 친트럼프 인사를 보호할 것이고, 더 많은 것들이 가용 상태로 대기할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내 폭동을 부추겼다고 밝힌 바 있다.
베니 톰슨 특위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무부가 이 문제에 대해 더 큰 명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 법무부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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