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위원장 '이재용 사면론' 꺼낸 배경은…일각선 부적절 지적

입력 2022-06-05 07:01  

삼성준법위원장 '이재용 사면론' 꺼낸 배경은…일각선 부적절 지적
경제단체 사면요청에 이은 의견 제기…이 부회장, 7~18일 유럽 출장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철선 기자 =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을 공론화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최근 삼성이 45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대한 힘이 실린데다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인의 사면을 요청하고 나선 분위기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반도체 사업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이번 주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 이찬희 위원장 "이재용 사면 결단해야"…앞서 경제단체도 사면 요청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위·삼성 관계사 최고경영진 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이 부회장 사면 관련 질의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이달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6단체장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개 요청했다.
손 회장은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현재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활동에 불편 겪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사면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석가탄신일(5월8일)을 앞둔 지난 4월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취업제한 논란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커 재계를 중심으로 특별 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해외에 나가려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도 진행 중이라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당장 이 부회장은 이달 7∼18일 유럽을 방문하는데 이번 출장을 위해 이 기간에 열리는 2차례의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재판부의 허락을 구해야 했다.



◇ "준법위는 감시 역할…사면 요청 발언은 부적절" 지적도
경제단체와 달리 이 위원장의 사면 발언을 놓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위원장의 관련 발언이 보도되자 준법위가 곧바로 개인 의견일 뿐 준법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도 논란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이 부회장이 법적 의무를 잘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게 준법위의 역할"이라며 "준법위원장의 발언은 준법위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이 위원장의 발언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준법위의 약속을 스스로 뒤엎는 것"이라며 "준법위원장이 국민 여론을 빌미로 사면을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위는 감시기구이지 대관 조직이 아니다"며 "준법위원장이 이런 이야길 한다는 것 자체가 준법위가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이재용, 반도체 사업 논의차 모레부터 12일간 네덜란드 출장
한편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 등을 논의하기 위해 7일부터 18일까지 약 2주간 일정으로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출장 기간에 잡힌 2차례의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지는 네덜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로 추정된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며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안정적인 고성능 EUV 장비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4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첨단 EUV 기술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영국·독일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 설계자동화(EDA) 도구 등을 제공하는 지멘스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방문과 관련해선 삼성전자가 인텔과 함께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암(ARM)'을 인수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인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위한 투자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세워놓은 상태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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