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33주년을 맞아 중국 소셜미디어들이 일제히 검열을 강화했다고 홍콩 명보가 5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샤오훙수, 비리비리, 타오바오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들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혹은 유지 관리를 이유로 최근 사용자가 아바타, 닉네임 등을 바꾸는 것을 금지했다.
온라인 메신저 서비스 위챗은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아바타 변경 기능을 종료했고,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탱크' 측은 2일부터 6일까지 '게임 내 채팅 시스템 및 닉네임 수정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더우반은 아바타 수정 기능이 7일까지 복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또 위챗에서 '89위안', '64위안'을 송금하려고 하면 "나중에 다시 시도하라"는 안내문이 뜬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이다.
명보는 "그럼에도 검열을 피하기 위해 꽃과 양초 사진으로 애도를 표하는 누리꾼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중 독일 대사관이 공식 웨이보에 지난 3일 밤 10시 다른 설명 없이 촛불 사진을 올렸으나 금세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웨이보에서는 '6월 4일'과 '이것은 나의 의무'(it's my duty)라는 말이 모두 차단됐다.
'이것은 나의 의무'는 1989년 당시 서방 기자가 촬영한 영상에서 시위에 참여하려 톈안먼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중국인 청년이 '왜 톈안먼으로 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것은 나의 의무'라고 답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톈안먼 시위를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중국 한 유명 인터넷 회사의 보안 요원 장리(가명) 씨는 명보에 "거의 매일 '6·4' 혹은 다른 민감한 단어들을 색출해내는 싸움을 누리꾼들과 벌이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일하면서 누리꾼들이 민감한 정치 이야기를 할 때 검열을 피하고자 만든 온갖 종류의 비밀스럽고 우회적인 표현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검열자로서는 매일 검열 작업에서 민감한 내용을 걸러내지 못할 경우 심각한 업무 태만으로 간주되고 임금에 반영돼 엄청 피곤하다"며 "우리는 수억명의 누리꾼을 상대하는 것이며 (사안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없이는 민감한 어휘를 막아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은폐하려 하는 역사에 대해 "집권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며 "어쨌든 (정부는) 추함을 숨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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