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적대행위' 반발…"세르비아의 독자적 외교권 빼앗은 것"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김지연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방국 세르비아를 방문하려 했으나 주변국들이 일제히 영공을 차단하는 바람에 방문 일정이 무산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대표단이 협상을 위해 세르비아로 가려 했으나 이날 세르비아를 둘러싼 국가들이 라브로프 장관의 항공기 비행을 금지하며 통신 채널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비행을 막아왔다.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 세르비아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도 러시아 항공기에 대해 영공을 폐쇄했다.
당초 라브로프 장관은 6∼7일 세르비아를 방문해 에너지 수출 계약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양국의 기존 10년치 가스 공급 계약이 지난달 말 만료된 데 따른 것으로, 라브로프 장관의 방문 도중 3년짜리 새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후 라브로프 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세르비아 주변국들의 영공 폐쇄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전례 없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주변국이 영공을 닫아 자신의 세르비아 방문을 가로막은 것에 대해 "주권국으로서 독자적 외교정책을 펼칠 권리를 세르비아로부터 빼앗은 것"이라면서 "누구도 우리와 세르비아의 관계를 파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이 무산됨에 따라 세르비아 외무장관을 모스크바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밀착해온 발칸반도의 중추국 세르비아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최근 EU가 러시아 원유의 부분 금수를 포함한 6차 제재안을 내놨을 때도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에너지 계약 갱신에 나서며 관계를 유지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