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이달 중순부터 수입 중단…대체 시장 찾기 어려워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 크랩(게)을 보관할 창고가 없어 조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경제전문지인 포브스 러시아판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러시아 북부와 극동 해역 등에서 잡은 크랩 수량은 3만1천500t 정도다.
그간 러시아 해역에서 잡은 크랩의 절반가량은 바닷물을 사용해 얼린 냉동 상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팔렸다.
특히 북부 해역에서 어획한 크랩은 전체 물량의 90%가 미국과 EU로 수출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직후인 3월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크랩 수입을 이달 23일부터 중단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현지 수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물류 통로가 막힌 상황이라 이미 계약을 체결한 크랩 물량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안은 어획물을 냉동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지만 제한된 시설 탓에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프리마메디아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지역 냉동 창고는 최근 어획철이 끝난 명태 물량에 크랩까지 몰리면서 포화상태다.
게다가 1일부터 본격적인 연어잡이 철까지 시작돼 냉동창고는 더 부족할 전망이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수출을 재개하거나 보관 창고를 늘리지 않으면 8월에 크랩 잡이를 일시 중단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 크랩 잡이 어민협회 알렉산드르 두플략코프 회장은 "어민들은 여전히 크랩을 잡지만 어느 곳에 팔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크랩 어획을 중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러시아 어민 입장에서 미국과 EU 제재안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재고를 팔 수 있는 대체 시장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미국·유럽과 달리 냉동 상태가 아닌 신선한 생물 크랩 수입을 선호한다.
그러나 러시아 내 모든 수산업체가 아시아 지역으로 생물 크랩을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극동 매체 프리마메디아는 전했다.
극동 해역 등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어선이 어획한 크랩을 얼리는 설비는 갖췄지만, 생물로 아시아 시장까지 운반할 수 있는 시설은 미비한 탓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러시아 북부 해역에서 잡힌 크랩이 거리가 먼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러시아 수산업체 마크-시 인터내셔널 세르게이 구세프 부대표이사는 "(크랩 어선들이)추가 설비를 갖추려면 해외에서 장비를 들여와야 하는데 (이 역시) 수입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크랩 등 갑각류에 함유된 비소량을 엄격히 규제해 현지 어민들이 이미 어획한 크랩 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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