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존슨총리 낙마위기 넘겼지만…반대 41%나 나와 지도력 흠집

입력 2022-06-07 07:04   수정 2022-06-07 11:55

영국 존슨총리 낙마위기 넘겼지만…반대 41%나 나와 지도력 흠집
보수당 신임투표서 예상밖 신승…메이 전 총리 때보다 낮은 찬성률
존슨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돼"…도덕성 흠결에 난제가 가득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보리스 존슨(57) 영국 총리가 또 위기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존슨 총리는 '파티게이트'로 당내 신임투표에 부쳐졌다가 과반 지지를 받고 살아났다.
그러나 가뜩이나 도덕성에 흠결이 난 상태에서 41%에 이른 불신임표는 물가 급등, 에너지 안보, 브렉시트 등 난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봉쇄 중 파티로 법 위반…군중 야유가 신임투표 촉발
존슨 총리는 워낙에 논란이 많은 인물이지만 작년 11월 말 불거진 파티게이트는 차원이 달랐다.
영국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고 가족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엄격한 봉쇄를 했는데 정작 총리는 총리실에서 파티를 즐긴 것이다.
민심이 크게 동요했고 여야 막론하고 사임요구가 쏟아졌다.
마침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파티게이트는 뒷전으로 밀리는 듯했다.
그러던 중 4월 경찰이 수사 끝에 방역규정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하면서 법 위반은 의혹을 넘어 사실이 됐다. 2020년 6월 총리실 내각 회의실에서 존슨 총리의 부인이 남편 생일파티를 깜짝 주최했는데 이것이 업무와 무관한 파티로 해석된 것이다.
이로써 존슨 총리는 재임 중 법을 위반한 역사상 첫 총리가 됐지만 이때는 생각보단 양호했다는 평가로 조용히 지나갔다.
그러다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크게 패한 데 이어 25일에 총리실 직원들의 봉쇄 중 술판 행각을 적나라하게 담은 정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특히 지난 3일 존슨 총리 부부가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에서 야유를 받는 모습이 생중계된 것이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은 보수당 의원들은 행동에 나섰다. 존슨 총리가 2024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승리로 이끌 인물인지를 묻겠다는 것이다.

◇보수당 신임투표 어떻게 치러졌나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고 임명권자는 국왕이다.
현재 집권당인 보수당은 소속 의원(359명)의 15%(54명) 이상이 총리 불신임 의사를 밝히면 신임투표를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서면이나 이메일 등으로 전달된 의견이 기준을 충족하면 투표를 공표한다. 불신임 의견 숫자는 비밀이다.
브래디 위원장은 5일 오후 존슨 총리에게 투표 개시를 알리고 6일 아침 일찍 일정을 공개했다.
투표는 저녁 6시∼8시에 의사당 내 1922 위원회 회의실에서 치러졌고 9시에 브래디 위원장이 결과를 발표했다.
의원 과반(180명 이상)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데 존슨 총리는 211표(59%) 찬성을 받았다.
존슨 총리의 승리는 대체로 예견됐다. 내각에 참여한 의원만도 수십명인데다가 2019년 총선 때 노동당 우세 지역에서 존슨 총리에 힘입어 당선된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뚜렷한 차기 총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존슨 총리에겐 유리했다.
가장 유력하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은 함께 범칙금을 부과받았고 갑부 부인의 면세 논란으로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영국 언론은 대체로 40%가 넘는 반대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간발의 차로 생존'(더 타임스), '공허한 승리'(텔레그래프), '승리했으나 반란표에 상처'(BBC) 등 주요 매체들의 관련 기사 제목이 이 같은 기류를 보여준다.

◇"설득력 있는 결과"…41% 불신임표 끌고 난제 풀어야
존슨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설득력 있고 결정적인 승리라고 평가하고 이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은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당분간 적어도 당내에서는 파티게이트 문제는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1년 내에는 재신임 투표를 할 수 없다.
존슨 총리는 의원들에게 공약한 대로 세금 인하, 경기부양 등을 추진하며 지지기반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숫자로 나타난 모습은 그다지 장밋빛은 아니고 앞날엔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존슨 총리가 받은 찬성률(59%)은 2018년 12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63%보다 낮다.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6개월 뒤 스스로 사임 결정을 내렸다. 당시 보수당 의원들은 그를 몰아내기 위해 재신임 투표 금지 기한 단축을 시도했다.
존슨 총리도 이번 투표에서 파티게이트가 해결된 것이 아니고 도덕성과 권위에 흠집이 난 상태에도 변화가 없다.
야당에서 가만히 둘 리가 없고 의회 차원의 조사 결과도 변수다. 하원은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와 관련해서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는지에 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브렉시트,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안보, 물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 등의 잔뜩 꼬여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존슨 총리로선 자신을 불신임하는 41%를 이끌고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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