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할부 도입하고 카플레이는 기능 확장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6일(현지시간) 금융 서비스와 자동차 시장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본사 애플파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인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2'에서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일종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인 '애플페이 레이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페이를 이용해 구매한 상품·서비스 대금을 최장 6주에 걸쳐 4번에 나눠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다. 수수료나 이자를 부과하지 않아 무료다.
할부 상품의 속성상 금융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애플이 부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선구매 후결제' 진출은 더 큰 경쟁을 불러일으킬 듯하다"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은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를 상대로 할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펌의 주가는 이날 3% 하락했지만 애플의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애플은 직불 카드 이용자로 서비스 대상을 제한하고 신용도를 확인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에게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또 상환 일정, 여러 건의 할부를 이용하면 총 상환 금액이 얼마인지 등을 알려주는 등 고객이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툴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렇다 해도 발생할 금융 비용이 애플이 떠안겠다는 것은 애플페이 이용자 확대를 위한 '투자'로 보인다. 애플은 애플페이 외에도 애플카드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애플은 이날 또 포드와 혼다, 닛산 등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카플레이'를 더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종전까지는 길 안내,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제공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카플레이에서 차량 실내온도나 라디오를 조절하고, 차량의 주행 속도나 RPM 수치, 연료 잔량 등의 정보까지 통합해 제공하게 된다.
카플레이가 차량의 핵심 정보까지 한꺼번에 보여주고 차를 통제하면서 차의 계기판이 사실상 아이폰의 확장판이 되는 셈이다.
애플은 새로운 카플레이를 도입한 차량이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플레이의 영토 확장이 당장 애플카 개발과 직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자동차 산업 쪽으로 애플이 더 깊숙이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애플이 최근 회사 이사회에서 새로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선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행사에서 이 차세대 디바이스에 대한 티저가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애플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발표도 내놓지 않았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