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전쟁 탓에…한국 등 제조업 수출국 무역성적표 '빨간불'

입력 2022-06-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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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쟁 탓에…한국 등 제조업 수출국 무역성적표 '빨간불'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에 수입이 수출 능가…주요국 무역수지 악화
세계 무역 둔화…한국 경제 성장에 순수출 기여도 '마이너스'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제조업 수출국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층 키운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전체 수입액이 수출액을 뛰어넘으면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망가진 국제 공급망이 원상 복구되기도 전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세계 무역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우크라 전쟁발 원자잿값 급등…수출 훌쩍 넘는 수입에 적자 '비상'
제조업 수출국들의 무역 성적표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수입이 더 많이 늘어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4월 -25억달러, 5월 -17억달러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5월 수출액(615억달러)은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이자 월별로는 역대 2위 실적이다. 그러나 수입액(632억달러)이 1년 전보다 32% 급증하며 수출액을 뛰어넘으면서 빛이 바랬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원유, 가스, 석탄 등 수입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밀과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을 한 영향이 컸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올해 연간 15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적자가 된다.
다른 주요 수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작년 8월부터 매달 무역수지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1~4월에만 적자 규모가 351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3월 무역 적자는 1천98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었다.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이탈리아도 원유·가스 수입액 급증으로 1월부터 석 달 연속 무역 적자를 냈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한다.
독일의 올해 1분기 무역 흑자 규모는 208억달러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3분의 1토막 났다.
터키의 5월 무역 적자는 107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7% 증가했고, 같은 달 인도는 수입 증가율(56.1%)이 수출 증가율(15.5%)을 크게 앞지르면서 무역 적자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233억달러로 불어났다.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가 키운 원자재 가격 강세가 주요 요인이다.



◇ 경제 성장률 깎아 먹는 교역 악화…"하반기 수출도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국제 교역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상품 교역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4.7%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그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8%로 종전 전망치 4.1%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공급망 차질이 다시 커지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전쟁 부작용으로 식량이나 산업 원자재의 수출 제한 등 자원 민족주의가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의 수입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악화와 경기 부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수출을 뛰어넘는 수입 급증세는 우리 경제의 회복에도 장애물로 떠올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22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 3.1%보다 낮은 2.6%로 예상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가 작년보다 크게 낮아져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률 전망치 2.6% 가운데 내수의 기여도는 2.8%포인트, 순수출은 -0.2%포인트로 분석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성장률을 깎아 먹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3.1%포인트, 수출은 0.8%포인트였다.
올해 1분기 0.7%를 보인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가운데 민간 소비와 투자의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순수출이 1.4%포인트를 차지하며 경기를 지탱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우리나라의 하반기 수출이 불안하다며 4대 위험 요인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 긴축, 일본 엔저 장기화를 제시했다.
중국이 최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를 해제했지만 강력한 '제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자국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25%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SGI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을 0.56%포인트, 20% 줄면 1.1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했다.
엔저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주요 업체의 해외 생산 확대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떨어진 만큼 일본이 엔화 약세로 수출 증가 효과를 보고 한국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예전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성장-고물가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차별적인 수출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수출 경기 침체에 대비해 신흥국 시장 분석과 조기 경보 능력 강화, 원자재·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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