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5주간 독일 동해안에서 운동하고 두꺼운 책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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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날 공개대담 행사에 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야만적이고, 국제법을 무시한 기습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러시아의 가스를 도입하는 등 유화적인 정책을 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도 강경 대응보다는 대화해야 한다며 온건한 해법을 주문했다.
그 때문에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의 과거 대러시아 '유화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베를린 도심의 극장인 베를리너 앙상블에서 연설문 모음집 출간을 기념해 알렉산더 오상 슈피겔 기자 겸 작가가 진행하는 대담행사에 등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은 큰 잘못"이라며 "구소련 종말 이후 그 많은 시간 동안 유럽 각국은 대러 관계에서 냉전을 끝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안보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은 개인적으로도 괴롭게 짓누르는 전환점"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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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전 총리는 16년의 임기 동안 60여 차례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 대러시아 정책과 관련해서는 "무엇인가를 놓친 것 아닌지, 이런 거대한 비극을 막기 위해 더 많이 할 게 있었는지, 막을 수 있었는지 당연히 자문했고, 계속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협상을 할 때 내 심장은 항상 우크라이나를 위해 뛰었다"는 그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과 대조적으로 구소련의 해체를 20세기 최악의 사건으로 보고, 민주주의 모델을 증오하며, 유럽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푸틴 대통령의 시각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러시아가 서방에 의해 영구적으로 수치를 당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면서 "나는 재앙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외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과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임기 마지막에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명백했다며 지난해 여름 모스크바 고별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협상에 전혀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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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자리에서 물러난 메르켈 전 총리는 퇴임 이후 수개월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이후 이달 1일 라이너 호프만 독일 노동조합 총연맹(DGB) 위원장의 퇴임식에서 축사하며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이날 첫 공개 대담을 했다.
당시에도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을 '야만적인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의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도 "퇴임한 총리로서 옆에서 평가할 계획은 없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으로, 러시아의 야만적 전쟁을 제지하기 위한 독일 정부와 EU, 나토, 주요7개국(G7), 유엔의 모든 노력을 지원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퇴임 뒤 지난 6개월간 휴식을 위해 썼다며 "개인적으로는 잘 지낸다. 나는 자발적으로 그만뒀고 이는 좋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겨울에 5주간은 독일 동해안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더 많이 움직이고 두꺼운 책을 읽었다고 했다.
또 자신을 위한 청취용 책을 새로 발견했다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프리드리히 실러의 돈 카를로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전 총리는 "바다는 나를 진정하게 해 준다"면서 "그곳은 내 지역구이기도 했고, 사람들은 내게 익숙해 아주 과묵하다. 여러 사람이 기쁜 얼굴로 나를 반겼지만, 신문에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3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한 게 부적절하다고 평가될 것을 예상했다며, "더이상 총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 원하는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임기 마지막에 온몸을 떨면서 건강이상 증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한번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매우 지쳐있었다"면서 "물을 적게 먹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떨림증세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했다"면서 "총리에게는 (카메라) 망원렌즈가 계속 향해 있어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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