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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고속도로 한쪽이 인파에 완전히 점령됐습니다.
유모차를 밀거나 어린아이를 안고, 국기를 두르거나, 대형 십자가를 들고 묵묵히 걷는 이들은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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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밴'으로 불리는 미국행 이민자 행렬은 이제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미국서 새 삶을 살고 싶다'는 공통된 꿈을 지닌 사람들은 온두라스나 과테말라, 멕시코에서 한데 모여 다 같이 미국을 향해 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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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캐러밴은 7일 이른 아침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에서 출발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각국에서 모였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캐러밴의 규모를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5천 명까지로 추정합니다. 근래 보기 드문 대규모 행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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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피할 데 없는 고속도로 위를 하염없이 걷다가 운이 좋으면 화물차에 올라타 잠시 다리를 쉬게 합니다.
많이 지치거나 밤이 깊으면 다같이 길에서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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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를 탄 아이들은 소풍이라도 온 듯 즐거운 표정이지만 금세 지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행렬은 멕시코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 수도 멕시코시티를 거쳐 미국과의 북부 국경까지 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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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 간 캐러밴의 북상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군경의 저지에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다들 흩어져야 했습니다.
이번엔 여정 이틀째인 7일까지 멕시코 군경이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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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멕시코 국경에 도달한다 해도 미국 국경이 쉽게 열릴 리는 없지만, 이민자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북쪽을 향해 발을 옮깁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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