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대북결의안 거부권 논의 회의서…韓, 대화와 팬데믹 원조도 강조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이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문제를 놓고 남북이 8일(현지시간) 팽팽히 맞섰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난달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거부권 행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의가 그 무대였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안보리 결의 채택 불발을 비판한 반면, 북한은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미국과 그 '속국들'을 맹비난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 안보리 이사국이 결의안에 찬성한 사실을 언급한 뒤 "이는 북한의 계속된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엄숙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한국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우리는 북한에 그런 도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대화 요청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대사는 "한국은 북한의 반복적인 도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무조건적인 원조의 손길을 계속 내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의 인도주의적 고난이 제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정책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북한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선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미국이 추진한 결의안 채택 시도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정신에 위배된 불법 행위로 단호히 반대하고 비판한다"며 미국을 주로 겨냥했다.
김 대사는 "자위권 행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주권국가의 적법한 권리"라며 "특히 우리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미국의 직접적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안보와 근본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적법한 자위권"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무기 시험은 "영토와 영공, 영해, 공해상에서 이웃 국가들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수행했다"면서 "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시험발사는 한 번도 안보리에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는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격했다.
김 대사는 "2차 대전 이후 10개 이상의 나라를 침략하고 50개 이상의 합법 정부를 전복하는 데 관여하고, 무고한 시민 수십만 명을 죽인 유일한 유엔 회원국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의 총기범죄와 인종차별도 비꼬았다.
연설에서 김 대사는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세계가 많은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위험은 미국과 그 속국들의 횡포와 자의적인 행위'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발언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을 간접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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