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차 인도기간 평균 1년…'소비자에 피해 전가'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지연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부품 운송·선적 지연이 생산 차질로 이어져 신차 대기 기간을 더 길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파업에 따른 피해를 결국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소비자가 현대차와 기아[000270], 쌍용차 등의 국산 신차를 인도받기 위해서는 평균 1년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솔린모델 기준 현대차의 세단 아반떼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의 출고 대기 기간은 각각 10개월과 8개월이다.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SUV인 GV80의 예상 인도 기간은 12개월에 달한다.
같은 현대차그룹인 기아의 출고 지연 현상은 더 심한 상태다.
인기 SUV인 스포티지와 쏘렌토는 각각 11개월, 13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세단 K5도 계약 이후 7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이러한 출고 지연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부품 조달에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출고 지연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전날 현대차 울산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이 부품 공급 차질로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이날도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전날 조합원들에게 '자동차 부품 관련 납품 및 운송 거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10개 기관으로 이뤄진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전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화물연대가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동차산업을 인질 삼고 있다며 고소·고발 등 강력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KAIA는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미래차 전환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자동차업종을 대상으로 파업과 물류 방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KAIA는 3만개 부품 조립으로 이뤄지는 자동차는 적시에 물류가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화물연대의 파업이 자동차산업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KAIA는 또 "완성차 탁송이나 부품 물류 등 자동차 관련 물류업종은 '안전운임제'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고 있어 화물연대의 요구는 이들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며 "파업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차 협력 부품업체의 30%가량이 공급 위기와 산업 전환으로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며 "화물연대의 파업은 합법적 물류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부품이 제대로 조달이 안 되고, 야적장 선적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면서 "인도 기간이 길어져 소비자가 피해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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