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찾을 시진핑 메시지는?…"주권반환 후 번영 강조할듯"

입력 2022-06-09 11:06  

홍콩 찾을 시진핑 메시지는?…"주권반환 후 번영 강조할듯"
방문하면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앞서 시진핑 "일국양제 성공" 자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할까. 온다면 무슨 말을 할까.
시 주석이 기념식에 참석하면 2019년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홍콩에 가는 것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 코로나19 발발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 밖을 벗어나는 행보이기도 하다.
그 사이 중국은 반정부 시위에 놀라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했고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해 민주 진영의 참여를 사실상 봉쇄해버렸다. 이에 서방에서는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무너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홍콩을 방문할 경우 중대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주권 반환 기념식에 중국 지도자들의 방문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시 주석의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람 장관은 다만 "지난 5년간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기에 홍콩의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할 중요한 연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이번에 홍콩을 찾을 경우 서방을 향해 홍콩이 중국의 땅임을 강조하며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 영국은 1984년 체결한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통해 홍콩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 동안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의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이 약속을 깼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민주 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를 중심으로 186명이 체포되고 민주 진영 여러 단체와 언론이 문을 닫으면서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베이징을 찾은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과의 면담에서 "지난 25년간 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일국양제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 원칙을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이행한다는 중앙정부의 결심은 흔들린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에서는 일국양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비판하는데 시 주석은 이의 성공을 주장하며 앞으로도 유지하겠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한 홍콩 민주 활동가는 연합뉴스에 "시 주석은 홍콩에 무척 오고 싶어한다. 미·중 갈등 속에 홍콩에 와서 서방을 향해 홍콩이 중국 땅임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국과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간 코로나19를 피해 움직이지 않던 그가 본토를 벗어나 처음 찾는 곳이 홍콩이라는 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외교 전문가는 "시 주석은 아마 홍콩에 오면 홍콩이 영국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번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방에서는 홍콩이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국제 금융 허브의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시 주석은 다른 말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콩 시사평론가 조니 라우는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주권 반환 기념식에 참석할 중국 지도자들은 올가을 20차 당대회에 앞서 중국 정부에 대한 홍콩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CMP는 시 주석의 방문 가능성에 대비해 이달 말 '폐쇄 루프' 생활에 들어가는 인원이 약 1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전했다.
소식통은 홍콩 고위 관료들을 비롯해 중국 지도자를 밀착 경호하는 경찰과 보안 요원, 행사 진행 스태프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이달 말 일주일간 폐쇄 루프에 들어가 격리 호텔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매우 매우 중요한 분'이라고 표현했다.
홍콩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자 수는 지난달 200명대를 유지하다가 이달 1일을 기점으로 500명대로 급증한 상황이다.
감염재생산지수(Rt)는 1.60으로 1을 훌쩍 넘겼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하고 1 미만이면 유행이 억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 정부가 최근 감염 급증에 대응해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자가 양성 진단 신고자에 대해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재차 시행하기 시작했음에도 8일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558명을 기록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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