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안보수장 11·12일 인·태 전략 '연설 공방'…일 총리도 중에 '견제구'
북 핵실험 임박설 속 한중·미중 대응 논의…미, 중에 러 무기원조 중단 촉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 안보 사령탑들이 총출동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2박 3일 일정으로 10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막이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과 2021년 취소돼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안보와 경제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한 무대에서 격돌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회의 첫날 약 1시간 가량 양자 회담을 갖고 대만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고 로이터·AFP통신 및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전했다.
미중 국방 수장 간 대면 회담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대만과 관련해 자국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하면서도 "더 이상의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들"을 삼갈 것을 중국 측에 촉구했다고 미국 측은 전했다.
웨이 부장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면서 "만약 누군가가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반드시 일전을 불사할 것이며 대가를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은 대만 근해와 남중국해 등 양국 갈등이 심화하는 지역의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걸로 알려졌다.
대면 회담에 이어 두 사람은 각각 회의 이틀째(11일)와 사흘째(12일) 첫 본회의에서 연사로 나선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다음 단계'라는 제목으로 연설한다. 하루 뒤 웨이 부장의 연설 제목은 '역내 질서를 위한 중국의 비전'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태 전략을 놓고 각각 정당성과 부적절성을 강조하며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달 하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일본 순방을 통해 인·태 전략 추진 방침을 더 확고히 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는 물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친중 3개국을 뺀 7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킨 것은 상징적 조치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동남아시아 국방장관들과 만나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역내 안보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의 미국 전략'에 대해 언급, 중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이날 저녁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라며 중국을 겨냥해 동·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비판하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 방침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인·태 전략의 목적이 '중국 포위 시도'라며 지속해서 비판해 왔다.
지난달 달 말 피지에서 제2차 중국-남태평양 섬나라 10개국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안보·경제 협정 체결을 시도한 것은 인·태 전략에 맞불을 놓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회의에서는 7차 핵실험 임박설까지 나오는 북한 문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과 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포함해 역내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웨이 부장과 양자 회담을 했다.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2년 7개월만이다.
이 장관은 북한이 핵 보유로 얻을 이익보다 핵 포기에 따른 혜택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중국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역설했다.
이 장관은 회의 기간 오스틴 장관 및 일본의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한미일 3자 회담을 하고 대응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일 국방장관 대면 회담이 열리면 2019년 11월 이후 2년 반만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드미트로 세닉 우크라이나 외교차관 참석을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리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도 환기될 전망이다.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에게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웨이 부장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원조를 부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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