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지난달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의 여파로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테더 가격이 기준가인 1달러 아래로 일시 떨어진 지난달 12일 이후 테더에서는 100억달러(약 12조6천억원)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갔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 2·3위인 USD코인(USDC)과 바이낸스USD(BUSD)는 시총이 각각 50억달러(약 6조3천억원), 14억달러(약 1조7천억원) 정도 늘어났다.
테더는 시총 약 720억달러(약 91조원)로 여전히 스테이블 코인 중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USDC와 BUSD의 시총이 약 540억달러(약 68조2천억원), 180억달러(약 22조7천억원)로 늘어나며 격차가 좁혀졌다.
그간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 가치를 달러 등 실물자산에 고정(연동)되도록 설계해 일반 가상화폐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을 내세워 성장했다.
전체 스테이블 코인의 시총은 2020년 6월 110억달러(약 13조9천억원)에서 올해 1천600억달러(약 202조3천억원)로 부풀었다.
하지만 UST는 지난달 1개당 가격을 1달러로 고정한 시스템이 깨지면서 휴짓조각으로 변했고, 위기감이 전염되며 테더도 한때 기준가 1달러를 밑돌아 0.95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고객에게 지급할 현금(지급준비금)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확산해 고객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몰리는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BUSD 공동 발행사인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테더의 지급준비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고위험 스테이블 코인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고 복잡한) 블랙박스"라고 비판했다.
테더 측은 충분한 양의 달러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미 뉴욕주 검찰은 테더의 담보 일부가 달러가 아닌 기업어음 등이라고 밝혔고, 테더 측은 이후 기업어음 의존 비율을 줄여가는 중이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파이낸셜 측은 지난달 투자자들이 안전성을 찾아 USDC로 유입됐다면서 "많은 이들이 UST 폭락으로 손해를 봤다. 사람들이 (USDC가 아닌) 다른 형태의 가상화폐 자산에 대해 이름만 안정적인지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은 현금이나 현금과 동등한 자산으로 지급준비금을 구성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테더 발행사 측은 "숨길 게 없다"면서 "사람들은 테더가 지급준비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48시간 안에 70억달러(약 8조8천억원)를 상환한 유일한 곳"이라고 맞대응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