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코로나 긴급조치 회수하면서 재정 정상화 착수
한국, 지난해 초과세수 61조원 걷고도 국가채무 증가
한국 일반정부 채무비율 47.9%…OECD 평균 125%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지난해 주요 7개국(G7) 모두 일반정부 채무 비율(general government debt of GDP)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첫해 비상 상황에서 가동한 긴급 지원조치를 회수, 재정 정상화에 착수한 것이다.
한국은 61조원이나 되는 초과세수를 걷고도 채무비율이 상승했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 선진 7개국은 한 나라도 빠짐없이 지난해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줄였다.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 비율을 의미한다.
이탈리아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지난해 175.0%로 2020년(185.5%) 대비 10.5%포인트나 줄였다.
캐나다 역시 같은 기간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9.6%포인트(126.9→117.3%) 감축했다.
프랑스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7.9%포인트, 미국은 6.5%포인트, 영국은 6.0%포인트 줄였다.
국가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도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0.4%포인트 줄이는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45.4%에서 47.9%로 2.5%포인트 올라갔다. 채무비율의 상대적인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남들이 모두 채무를 줄일 때조차도 나 홀로 재정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
비교 대상을 OECD 39개 회원국으로 넓혀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OECD 회원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2020년 130.5%에서 2021년 125.0%로 5.5%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위기의 정점인 2020년에서 경기 회복 첫해인 2021년 사이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난 나라는 39개국 중 7개국뿐이었다.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7.5%포인트(70.0→77.5%) 늘어난 아이슬란드, 2.8%포인트(56.0→58.8%) 늘어난 라트비아에 이어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든 것은 경기 회복에 따라 세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당시 특단의 재정지출을 회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시 예측보다 세수가 61조4천억원이나 더 들어왔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들어온 돈 이상을 썼다는 의미다.
OECD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없다고 봤다.
OECD는 2023년 한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51.1%로 2020년의 45.4% 대비 5.7%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G7 선진국 중 같은 기간 채무비율이 올라가는 나라는 일본이 3.8%포인트로 유일하다. 이탈리아와 캐나다, 영국은 채무비율 하락 폭이 10%포인트를 넘는다.
같은 기간 OECD 38개 회원국의 채무비율 하락 폭은 평균 6.4%포인트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아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어려울 때 재정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도 크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근거로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소폭 상승한 것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면 재정의 당위적 기능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 관련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올라가도 OECD 평균이나 G7보다 상당히 낮다"며 "채무비율 상승 속도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다른 나라보다 재정건전성이 좋은 상황에서 국민의 삶보다 지표 관리를 위해 재정의 활용도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재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인구 감소, 고령화 등 앞으로 재정 소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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