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현상변경자'인가…미중, 국제무대서 갈등·불신 '충돌'

입력 2022-06-11 18:39   수정 2022-06-11 18:56

누가 '현상변경자'인가…미중, 국제무대서 갈등·불신 '충돌'
미 "중국의 대만 주변 무력시위가 현상 변경"
중 "미국의 대만 독립 지원이 현상 변경"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상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어렵게 마주 앉았지만 양국간 현안을 둘러싼 갈등과 불신만 노출했다.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에 대해 양측은 서로에게 현상을 변경하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분명히 반대한다면서 대만의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더 이상의 행위를 삼가라고 촉구했다고 미국 측이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11일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좀 더 자세히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군사 활동이 점증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중국 군용기가 대만 인근에서 최근 수 개월간 거의 매일 이다시피 기록적으로 비행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만과 미국 사이의 각종 교류·협력이 빈번해지고 심화하는 상황에 불편해진 중국이 무력 시위 차원에서 연일 전투기 등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진입시키는 일을 거론한 것이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도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이 최근 재차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하고 강렬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만에 해군 함정 부품과 관련 기술 등 1억2천만 달러(약 1천500억 원) 상당의 무기 수출을 승인한 사실이 지난 9일 공개됐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은 이번이 네번째다.
대만 문제를 보는 양측의 시각은 마치 해가 없는 연립방정식과 같다.
미국은 중국 군용기의 연이은 대만 ADIZ 진입을 무력 통일 의도에 기반한 '현상변경 시도'로 간주하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결국 대만 독립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현상변경 시도'로 규정한 셈이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련, 미국은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에 대응해야 하는 대만이 자체 방어 능력을 보강하도록 하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무력 시위'가 미국을 등에 업은 대만의 현상변경 시도, 즉 독립하려는 의도를 막기 위한 타당한 대응이라고 반박한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무력 통일과 독립이라는 완전히 다른 틀로 상대의 행동을 '현상 변경'으로 인식하면서 근본적 불신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더 깊어지고 있다.
아울러 아·태 지역 내 미국의 존재와 전략적 목표에 대해서도 양측은 엇갈렸다.
오스틴 장관은 연설에서 "미국은 대항과 충돌을 추구하지 않고 신냉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추구하지 않으며 지역을 적대적인 블록으로 분할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장전중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은 오스틴 장관 연설이 "대립적이었다"며 "미국은 일부 제3국에 맞서게 하려고 몇몇 국가를 규합해 아·태 지역에 '소그룹'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에 미중 국방장관이 대면으로 만나 직접 상대의 의견과 태도를 접한 것 자체만으로도 양측이 대화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신호인 만큼 최소한의 제동 장치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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