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국주의 교육 박차…'애국수업' 강요하고 교과서 검열
러 상원은 "교육부 대신 대외첩보국이 교과서 개정 관장해야"
"젊은층 전쟁 반대하자 어린 세대는 충성스러운 추종자로 기르려는 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전국 학교에서 '애국' 수업을 강요하고 교과서 내용을 검열하는 등 군국주의 교육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은 9일 러시아 교육부 대신 러시아 대외첩보국(SVR) 국장 세르게이 나리슈킨이 교과서 개정 작업을 관장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은 '국가안보' 사안이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방과의 대결이 격화한 현 상황에선 (교육과 관련해) 특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일선 학교에선 '우크라이나 동부를 신나치 세력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특수군사작전에 나섰다'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일선 학교 교사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전쟁과 관련한 정부의 방침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이를 거부한 교사들은 해고됐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정치권 핵심 실세 중 한 명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애국적' 세대를 길러내도록 교육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면서 교사들에게 '러시아를 겨냥해 벌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맞서는 선봉이 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교과서 출판사 '프로스베셰니에'(계몽)는 조만간 새로 발간될 교과서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집자는 반정부 성향 현지 매체 '메디아조나'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그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과제를 맡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3년부터 2차 세계 대전에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해 독일 나치 정권의 유럽 침략을 물리친 옛 소련의 역사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국가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목적을 갖고 역사교육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예상외로 고전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교육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정권과 전쟁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한 20~30대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자라나는 새 세대는 현 정권의 충성스러운 추종자로 길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WP는 진단했다.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고교생은 "(과도한 애국주의 선전에 반발해) 수업 중 교실에서 퇴장한 적 있는데, 다른 두 명도 똑같이 했다"고 전했다. 다만, 많은 학생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그런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이 학생은 전했다.
러시아 교육당국이 8살 아들을 상대로 군국주의 교육을 하려는 데 반발해 최근 조지아에 이민했다는 안톤 리트킨은 "국가가 어린이들에게 전쟁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치 소련으로 되돌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러 상원은 "교육부 대신 대외첩보국이 교과서 개정 관장해야"
"젊은층 전쟁 반대하자 어린 세대는 충성스러운 추종자로 기르려는 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전국 학교에서 '애국' 수업을 강요하고 교과서 내용을 검열하는 등 군국주의 교육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은 9일 러시아 교육부 대신 러시아 대외첩보국(SVR) 국장 세르게이 나리슈킨이 교과서 개정 작업을 관장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은 '국가안보' 사안이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방과의 대결이 격화한 현 상황에선 (교육과 관련해) 특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일선 학교에선 '우크라이나 동부를 신나치 세력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특수군사작전에 나섰다'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일선 학교 교사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전쟁과 관련한 정부의 방침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이를 거부한 교사들은 해고됐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정치권 핵심 실세 중 한 명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애국적' 세대를 길러내도록 교육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면서 교사들에게 '러시아를 겨냥해 벌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맞서는 선봉이 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교과서 출판사 '프로스베셰니에'(계몽)는 조만간 새로 발간될 교과서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집자는 반정부 성향 현지 매체 '메디아조나'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그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과제를 맡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3년부터 2차 세계 대전에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해 독일 나치 정권의 유럽 침략을 물리친 옛 소련의 역사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국가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목적을 갖고 역사교육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예상외로 고전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교육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정권과 전쟁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한 20~30대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자라나는 새 세대는 현 정권의 충성스러운 추종자로 길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WP는 진단했다.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고교생은 "(과도한 애국주의 선전에 반발해) 수업 중 교실에서 퇴장한 적 있는데, 다른 두 명도 똑같이 했다"고 전했다. 다만, 많은 학생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그런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이 학생은 전했다.
러시아 교육당국이 8살 아들을 상대로 군국주의 교육을 하려는 데 반발해 최근 조지아에 이민했다는 안톤 리트킨은 "국가가 어린이들에게 전쟁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치 소련으로 되돌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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