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의류생산 따른 환경부담 수치화한 '히그 지수' 이용해 소비자 호도"
"지수 산출에 합성섬유 주로 사용하는 대형 의류 업체 입김 작용"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글로벌 패션 산업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합성섬유 제품을 동물친화적이라거나 친환경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상술을 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패션업계는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수지 등으로 제품을 많이 만들면서 이들 제품을 동물가죽을 대체한다는 뜻의 '비건 가죽' 등으로 광고하며 제품에 대한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퍼트리고 있다.
합성섬유에 친환경이라는 포장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업계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품 평가 시스템인 '히그 지수'(Higg Index) 덕분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히그 지수는 의류 소재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환경부담 요인을 나타내는 수치로, 지속가능한의류연합(SAC)이 2011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수는 천연 소재인 목화나 양모, 가죽보다 합성섬유에 훨씬 좋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전문가나 천연소재 산업계에서 제기된다.
그들은 화석연료를 쓰는 합성수지의 환경 비용에 대한 의문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히그 지수는 해당 제품이 친환경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착시효과를 내도록 한다고 지적한다.
패션산업 애널리스트인 베로니카 베이츠 카사틀리는 "이 지수는 합성섬유가 가장 지속가능한 제품인 것처럼 만들어 업계의 합성섬유 사용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의 산출 주체나 그 과정에는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다.
지수를 발표하는 SAC에는 50여개의 의류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참가 업체 명단에는 H&M과 나이키 등 대형 의류업체를 비롯해 아마존, 타깃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들어 있다.
협회 측은 지수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외부의 검토를 거쳐 발표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이 지수를 만드는 데 반영되는 연구들은 합성섬유 업계가 자금을 대고 있으며, 그 연구는 독립적인 기구의 검토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연구의 경우 그 결과가 패션산업 전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도 일고 있는 형편이다.
일례로 히그 지수는 폴리에스테르를 매우 지속가능한 섬유 소재로 평가하는데, 이는 유럽산 폴리에스테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폴리에스테르는 아시아에서 생산되며, 아시아의 폴리에스테르 제조 공정에는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는 '더러운' 에너지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환경과 관련한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지도 않는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한, SAC의 주요 구성원에는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업체가 많은데, 이들 브랜드는 모두 합성섬유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이들 업체가 히그 지수를 만들면서 합성섬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퍼트리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제작해 제품을 신속히 유통시키는 업체들을 의미한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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