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홀로 저금리 고수…미국·유럽과 격차 확대 전망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외환위기 시절 수준으로 떨어졌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한 때 달러당 135.22엔 부근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8년 10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다.
오후 3시 현재 환율은 달러당 134.8엔 근처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행이 집계한 매월 말일 오후 5시 기준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2월 115.5엔, 3월 121.64엔, 4월 130.6엔 등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엔화 가치 급락(엔화 환율 급등)은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 일본이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4∼15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가 0.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6%로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겠다고 11년 만의 인상 방침을 예고했으며 9월에도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강력한 금융완화를 끈기 있게 지속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를 제대로 떠받치고 2%의 물가 안정 목표를 지속적·안정적인 형태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7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 출석 발언)며 정책 수정 가능성을 부인했다.
일본과 주요국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이어진 셈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최근 외환 시장에서 급속한 엔화 약세가 보여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은행과 긴밀하게 협력해 외환시장의 동향이나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한층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각국 통화 당국과 긴밀하게 의사소통하면서 "필요한 경우 적절하게 대응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전날 종가보다 876.07포인트(3.1%) 떨어진 26,948.22를 기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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